조진생 교수님은 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주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교수로 재직 중으로, 이과 의사로서의 본업 이외에도 수중 사진, 첼로,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단순 취미를 넘어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1999년 다이빙에 입문 후 수중사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현재는 수중사진 공모전 심사위원 및 수중사진 매거진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매년 개최되는 수중사진 워크숍에서 주 강사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좁은 진료실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우리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세상을 소개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환자와 평생 씨름하는 의사들의 생활은 다 알다시피 활동 범위가 다른 직업에 비해 넓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학생 때부터 많은 선배나 주위 동료들로부터 의학이 아닌 다른 활동의 취미를 추천 받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장 인기 있었던 취미 활동들은 예전에는 써클 활동이라고 하고 요즈음에는 동아리 활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접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포츠는 주로 축구, 야구, 테니스, 그리고 산악반, 정적인 독서 반, 문예반, 예술 쪽으로는 연극, 합창, 오케스트라, 혹은 대중 음악인 밴드 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이 있었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졸업하고 나이가 들면서 학생 때 하던 그런 취미 생활은 의사라는 바쁘고 고달픈 직업, 그리고 가정이라는 또 다른 생활 영역에 본인의 에너지를 소비하다 보니 그렇게 그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혹은 필자처럼 졸업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 다른 취미를 갖는 경우도 종종 있는 듯하다.
그림 1. 필자의 입수하기 전 사진
1999년 우연히 외국의 한 섬에서 처음으로 공기통을 매고 다이빙 강사의 손을 잡고 물속 세상을 구경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체험 다이빙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물속에서 숨을 쉰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해서 얼마 되지 않아서 다이빙에 정식 입문하게 되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스쿠버 다이빙(SCUBA-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Diving)이다. 일반적으로 스쿠버 다이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다이빙이라 줄여서 불린다. 다이빙은 아무나 물속에 공기통을 매고 들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교육을 마쳐야 한다. 현재 많은 교육 단체가 각기 그 몸집을 불리기 위해 교육생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하는데, 대표적으로 PADI, NAUI, SDD, TDI, SDI, BSAC, CMAS 등 많은 교육 단체가 존재하고 있다. 교육은 처음 시작해서 해양 실습까지 완성하는 오픈 워터(Open water) 교육, 그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자기의 skill을 upgrade 하는 어드밴스(Advance) 교육 과정이 있다. 그리고 다이빙은 항상 버디 시스템(Buddy System, 짝 다이빙, solo 다이빙을 금하고 있다)으로 하게 되는데, 버디가 문제 생겼을 때 구조할 수 있는 레스큐(Rescue), 그리고 그것이 완성되면 지도자 과정이 있는데, 다이버 마스터, 강사, 강사 트레이너 혹은 코스디렉터라는 말로 교육단체마다 조금 다른 용어를 사용하지만 이런 과정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누구나 다이빙 교육을 마치면 다이빙 spot에 있는 샵에서 공기통을 빌리며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도움을 받게 된다. 다이빙 전용선, 그리고 그 다이빙 포인트의 가이드 등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렇게 하여 보통 열정이 있는 다이버는 국내 바다나 해외 바다나 가리지 않고 가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새로운 곳을 향해 그 눈길을 돌리게 된다. 본인도 점점 새로운 곳을 찾다 보니 중남미 멕시코까지 가서 수중 동굴탐사를 하고 돌아온 적도 있다.
그림 2. 멕시코 칸쿤 시노테 수중 동굴탐사
그렇게 다니다 보면 혹자들은 약간의 싫증을 느끼는 예도 있다. 하지만 다이빙은 거기서 구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싫증을 느낄 틈 없이 몇 가지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크게는 3가지 방향이다. 첫째는 물속 환경을 소재로 사진을 찍게 되고, 또 다른 부류는 교육에 종사하여 후배 다이버들을 육성하고, 어떤 부류는 특수 다이빙인 테크니컬 다이빙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테크니컬 다이빙은 100m까지 내려가는 대심도 다이빙, 동굴탐사, 수중에 빠져 있는 침선 탐사 등 다양한 특수다이빙을 포함하게 된다.
필자는 다이빙에 입문하는지 2년이 지난 2002년도쯤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만 해도 수중 사진은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기 때문에 물 밖 환경과 전혀 다른 수중 환경에서 사진을 찍어서 결과물을 내기는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지금은 실시간으로 사진을 확인할 수가 있어서 쉬워졌지만…….
거친 물속 환경 속에서 자기의 눈에 들어온 시각적 이미지를 빛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기록하는 것 그리고 창작하는 것은 정말 매력 있고 도전해볼 만한 예술의 장르로 여겼다.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중 사진과 물 밖 육상사진의 차이를 이해하면 좀 더 수중 사진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수중 사진에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다. taxonomy 즉 분류학적 사진 주로 도감용 사진, 그리고 수중 생물의 살아가는 생태를 촬영하는 생태사진, 그리고 수중환경에서 본인의 창작성과 예술성을 발휘하는 예술적 사진 등이 있다.
그림 3. 피그미해마 1cm 해마와 서식하는 산호
그림 4. 500% 확대로 촬영한 네모 물고기알
다음과 같은 수중 사진의 특징을 나열하겠다.
1. 공기통의 양 그리고 무감압 한계로 인해 수중에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한 탱크 사용할 때 보통은 40분에서 길면 80분 정도이다.
2. 빛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제일 먼저 빨간색부터 제일 마지막 보라색까지 흡수된다. 수심 8m 정도 되면 빨간색은 보이지 않고 약간 고동색계통으로 보이게 된다. 그것은 수면에서 빛이 들어와서 수심이 깊어질수록 빨간색이 물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빨간색이 물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빨간색 계통의 빛이 흡수되어 우리 눈에는 고동색 계통으로 보일 뿐이다. 만약에 수중전용 flash light(strobe) 인공 광을 비추면 원래의 색이 살아나게 된다.
그림 5. 스트로브로 원래의 색 붉은색을 재현
3. 카메라는 사람의 눈처럼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어두워도 혹은 조금 밝아도 기 이미지를 기록할 수 없다. 허용범위가 사람보다 아주 좁아서 어두운 수중에서는 눈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그 이미지를 담기 어렵다. 그래서 스트로브가 필요하며 육상처럼 자동으로 설정하면 워낙 어두운 환경이라 조리개가 너무 열리고 셔터 속도는 아주 저속으로 떨어져서 촬영이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노출 설정을 수동식 모드로 설정해야 한다.
4.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물속에서는 스트로브 빛이 1.5 미터에서 2m 이상은 다다르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주 피사체의 스트로브 촬영은 되도록 1m 이하에서 시도해야 한다. 물이라는 매개는 사진을 흐리게 하므로 주 피사체와 렌즈와의 거리는 되도록 가까울수록 사진이 선명하며 맑은 물일수록 선명하다.
5. 수중 사진은 렌즈의 선택도 육상과 큰 차이를 보인다. 물이 빛을 굴절시키는 특징으로 시각의 화각보다는 30%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좀 큰 피사체는 16mm 이하의 초광각 렌즈를 사용하게 된다. 육상에서 사람 눈의 비슷한 화각은 50mm가 표준렌즈인데 수중에서는 35mm를 사용하여야 같은 화각으로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까이에서 촬영해야 하는 이유로 초광각 렌즈를 사용하게 된다.
6. 수중 사진은 위의 설명처럼 광각렌즈로 촬영하는 광각 촬영, 그리고 작은 생물을 가까이 접사 촬영하는 마크로 촬영으로 되어있다. 물속에서 렌즈를 갈 수 없으므로 수중에 들어가기 전 미리 렌즈를 장착해야 하고 한 탱크를 마칠 때까지 하나의 렌즈로 촬영하게 된다.
그림 8. 15mm 광각 사진
그림 9. 마크로 촬영
7. 카메라는 보통 육상에서 사용하는 SLR 카메라를 사용하며 하우징이라는 방수가 철저한 특수한 장비 속에 넣어서 촬영하는데 대부분 카메라 기능을 사용할 수가 있게 장치가 되어있다. 그리고 필수적으로 하우징 스트로브를 카메라에 연결한다.
필자는 물속에서 카메라 하우징을 들고 만나는 지인 중 의업에 종사하는 의사들도 만나게 되는데 모두 본업을 잠깐 잊고 물속에서 셔터를 당기는 순간 모든 것을 잊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후배 의사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여건이 허락되면 다이빙 입문부터 시작해보고 그다음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