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체에 존재하는 공생 미생물 군집을 의미한다. 인체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공생하며 숙주인 인체와 상호 작용하면서 전체 면역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고 증명되었다. 질환을 유발하는 병원균에 대해 인체가 방어하는 과거의 면역 반응 개념과는 다르다. 최근에는 질병과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상관관계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메타제노믹스(metagenomics)에 기반하여 유익 균주를 관련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 시도 중이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장내 미생물 군집을 형성하여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유익 미생물을 의미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유산균(Lactobacillus 등)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 볼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중개 연구를 통해 인체 생리 활성을 검증하고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전략적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로 소개되며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본서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경구 또는 비강 내 투여하여 알레르기 비염을 조절하는 신개념 치료의 최근 동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증가하고 있는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
알레르기 비염은 코점막이 알레르기원에 노출 및 감작되어 주로 면역글로불린 E 매개 면역 반응에 의해 발생한다. 주요 증상으로 콧물, 가려움증, 재채기 및 코막힘 등이 있다. 이러한 알레르기 비염의 유병률은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이 18.7%로 아토피 피부염(5.2%) 이나 천식(3.2%)과 같은 만성 알레르기 질환에 비해 현저히 높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단순히 삶의 질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만성 알레르기 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지출 비용은 약 2조 원으로 산출되었고, 그 중 알레르기 비염이 약 1조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는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환경 조절 및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면역요법은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요법 과는 달리 원인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변화시킴으로써 질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치료법이다.
알레르기 질환과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1990년에 시작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체의 모든 염기 서열이 밝혀졌다. 인간은 10만 개 정도의 유전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초파리와 비슷한 2만 개 정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인체 100조 개에 이르는 다양한 미생물이 군집을 이루어 살고 있고, 공생 미생물은 인체 세포가 가진 유전자보다 약 100배 이상 많은 것 추정된다. 무게는 1.3~2.3㎏으로 추정되고 인간 세포보다 크기가 훨씬 작기 때문에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2007년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은 인체 각 부위의 공생 미생물의 군집 구조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5년간 2,000억 원을 투입하여 HMP(Human Microbiome Project)라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였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럽연합집행기관(European Commission)에서 Meta-HIT (Metagenomics of the human intestinal tract) 사업을 진행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체의 공생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네이처지는 “우리 몸에 있는 두 번째 유전체, 공생 미생물의 게놈에 주목하자.”라고 제안했다. 초기 분석 방식은 인체 미생물을 체외에서 배양해야 했는데 조건을 맞추게 되자 배양 가능한 미생물이 1%도 되지 않았다. 이후 메타제노믹스의 도입으로 대용량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환경 중에 존재하는 공생 미생물 군집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혁신적인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다.
과거에는 “다양한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위장관계와는 달리 폐 또는 기도 등의 호흡기계는 무균 상태”라고 생각되어 왔지만, 메타제노믹스의 대표적인 표지자인 16S 리보솜 RNA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호흡기 마이크로바이옴의 존재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정상군과 천식 환자군에서 호흡기 마이크로바이옴 구조의 차이가 증명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의 병인학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현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공생 미생물이 인체에서 건강한 생태계 균형(symbiosis)을 이루고 있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조에 불균형(dysbiosis)이 발생하면, 이를 질병을 야기할 수 있는 상태로 설명된다.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의 다양한 만성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90% 이상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피부 상재균으로 발견된 반면, 정상인에서는 5% 미만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염증이 있는 피부 병변 부위에서 정상 피부 부위보다 황색포도상구균 집락의 밀도도 정상 피부 부위보다 피부병변 부위에서 높았는데 이는 질환의 중증도와도 상관관계가 있었다. 또한 천식 환자에 대한 호흡기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은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연구에서 천식 환자의 객담에서 프로테오박테리아가 상대적으로 증가되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천식 환자 중에서도 객담에서 호중구(neutrophil)가 증가되면 기도에서 검출 가능한 공생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과 그 수가 낮았고, 이는 치료 반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아울러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코 점액에서 정상인보다 표피포도상구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의 상대적인 분포가 유의하게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처럼 공생 미생물과 인체의 상호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인체의 건강 유지와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의 병태 생리와 경구 프로바이오틱스의 면역 조절 기능
알레르기 비염과 관련된 대표적인 병태 생리는 Th1/Th2 균형의 문제이다. 19세기 이후 위생 수준의 향상으로 아토피 피부염, 천식 및 알레르기 비염의 발병률이 증가하였고, 1990년도 이후에는 식습관의 변화와 함께 음식물 알레르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에 환경적 요인이 중요해졌는데 이러한 환경적 요인의 변화는 상당 부분이 Th1/Th2 균형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Th1(제1형 면역) 반응은 대식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 세포성 면역 반응을 말한다. 반면 Th2(제2형 면역) 반응은 B세포, 비만세포(mast cell), 호산구(eosinophil) 등 알레르기 매개 세포의 유입 및 활성화를 통한 체액성 면역 반응을 의미한다. 활성화된 면역 세포들은 알레르기 항원 특이 면역글로불린 E, 히스타민 등을 방출하여 알레르기 비염 임상 증상을 유발한다. 다른 개념으로 T 세포에는 Th1 또는 Th2 면역 조절 기능을 하는 조절(regulatory) T 세포가 있는데 조절 T 세포는 면역 억제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과한 염증 반응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항원에 대한 면역 관용(tolerance, 항원에 대해 면역 체계가 반응하지 않는 상태)을 유도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신생아 시기의 장내 미생물 군집 형성은 Th1 반응을 유도해 알레르기 질환 발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16년 네이처지에 소개된 위장관-폐 축(Gut-Lung Axis) 정의에 따르면 “소화기 계통을 통해 인체에 적절하게 들어오는 장내 미생물의 집락화는 인체의 안정적인 면역 체계 형성에 중요하다”고 한다.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의 경구 투여로 Th2 반응을 직접 약화시키거나 Th1 반응을 상대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고, 또한 조절 T 세포의 분화를 통해 면역 관용을 유도하여 알레르기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어 왔다. 실제 임상 시험에서도 경구 프로바이오틱스 투여 후 알레르기 임상 증상 호전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현재까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로 해외 유명 논문에 증명된 균주로는 락토바실러스 애시도필러스(Lactobacillus acidophilus)와 비피도박테리움 락티스(Bifidobacterium lactis) 균주가 특히 자작나무와 오리나무 알레르기 비염의 계절적인 증상을 감소시킨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Lactobacillus rhamnosus)와 락토바실러스 가세리(Lactobacillus gasseri) 균주는 삼나무 알레르기 비염의 계절적인 증상을 호전시킨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와 함께 김치 유래 유산균으로 알려진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와 비피도박테리움 롱굼(Bifidobacterium longum) 균주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호전시킨다고 보고되었다. 그 외에 바실러스 파라카제이(Lactobacillus paracasei), 락토바실루스 존소니(Lactobacillus johnsonii), 바실러스 클라우시(Bacillus clausii) 균주도 알레르기 비염 임상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었다.
국내에서는 유효성이 증명된 유익 균주에 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림 1). 2021년 6월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시된 균주는 Lactobacillus(11종), Lactococcus(1종), Enterococcus(2종), Streptococcus(1종), Bifidobacterium(4종) 으로 총 19종이 있다. 특히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과 비피도박테리움 롱굼은 면역 과민 반응에 의한 코 상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균주로서 특정 기능성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두 균주를 함유한 제품들이 알레르기 비염 개선 효과를 중점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균주의 경우에도 위장관-폐 축 개념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 경구 투여로 장내 유익 균주를 증식시킴으로써 인체 면역 시스템의 균형이 회복되면 알레르기 비염을 포함한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두 균주만을 선택해서 복용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 1. 건강기능식품 프로바이오틱스 원재료 인정 사항 (식품의약품안전처, 2021)
종 류(학 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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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tobacillus | L.acidophilus, L.gasseri, L.delbrueckii ssp. bulgaricus, L.helveticus |
Lacticaseibacillus | L.casei, L.paracasei, L.rhamnosus |
Limosilactobacillus | L.fermentum, L.reuteri |
Lactiplantibacillus | L.plantarum |
Ligilactobacillus | L.salivarius |
Lactococcus | Lc.lactis |
Enterococcus | E.faecium, E.faecalis |
Streptococcus | S.thermophilus |
Bifidobacterium | B.bifidum, B.breve, B.longum, B.animalis ssp. lactis |
프로바이오틱스의 비강 내 투여 시도
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진행되어 왔기에 “장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호흡기의 알레르기 반응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위장관-폐 축 개념의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경구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은 다양한 소화기계를 거치면서 소화액의 작용을 받기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의 생존과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치료 표적이 되는 호흡기계에 직접 처치하여 국소 면역 반응 조절을 유도하면 더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직까지 임상 시험 결과는 없지만 최근 5년간 프로바이오틱스의 비강 내 투여에 대한 동물 모델을 이용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생쥐 천식 모델에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를 비강으로 투여했을 때 코점막 세포에 잘 정착하여 집락화를 이루는 것을 확인하였고 폐 조직에서 호산구 침윤과 Th2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강력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고 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는 생쥐 알레르기 비염 모델을 이용하여 스트리듐 뷰티리쿰(Clostridium butyricum) 추출물을 비강 내로 처치했을 때 Th2 반응을 억제하는 인터루킨-10의 발현을 증가시켜 알레르기 반응 조절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비강 내로 투여된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체 내 코점막에 잘 부착하여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량의 프로바이오틱스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면 비강 내로 투여한 프로바이오틱스의 항알레르기 조절 효과에 대해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프로바이오틱스의 인체 면역 조절 기능 및 알레르기 비염 임상 증상의 완화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Th1 반응을 유도하거나 Th2 반응을 억제하여 Th1/Th2 균형을 이루게 하고, 알레르기 항원 특이 면역글로불린 E 및 비만세포와 호산구의 침윤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면역 억제 기능이 있는 조절 T 세포를 유도함으로써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시킨다 (그림 2). 아직 소수의 연구이지만 임상적으로 알레르기 비염 치료 효과에 긍정적이었다. 실제 이러한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최근 몇 년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높은 성장률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연평균 6.1%의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오는 2026년에는 25억 9650만 달러(한화 약 3조 58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의 인기는 상향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매출액도 2010년 317억 원에서 2020년 5256억 원으로 16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프리바이오틱스의 기능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증가하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들을 통해 알레르기 비염의 신개념 예방제 또는 치료제의 후보 물질로 프로바이오틱스의 활용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