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W-ENTian January 2023 W-ENTian January 2023

진료실 밖 이야기: ‘내 숨’에 집중하기 인하대학교병원 주수현

이젠 벌써 지난 일인 것만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고, 그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적인 모임이 불가능해지면서 활동적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활력을 찾는 저에게는 점차 무기력함이나 우울감이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의사인 저도 결국 피해가지 못했던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기 위해 ‘프리다이빙’ 취미생활을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저의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가평K26 잠수풀에서 프리다이빙은 스쿠버 다이빙과는 다르게 수중에서 호흡 장비 없이 무호흡으로 잠수하는 스포츠입니다. 저는 바다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더 자유롭게, 잘 즐기는 궁극적인 방법이 바로 프리다이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물을 좋아했고 항상 산보다는 바다를 외치던 사람이었습니다. 수영이 아닌 프리다이빙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거북이 때문입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첫 휴가로 보홀을 가게 되었고 평소 물을 좋아는 했지만 그곳에서 처음으로 스노쿨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이때의 바다 속에 여러 물고기와 깊지만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바다와 자유롭게 헤엄치는 거북이를 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잠수하는 방법을 몰라 그 거북이들을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하거나 쫓아갈 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이때의 경험 이후로 바다 속에 대해 궁금해졌고, 어떻게 하면 바다 속을 더 잘 즐길 수 있을까 하고 알아보던 중 ‘프리다이빙'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소통 없이 자유롭게 바다 속을 유영하는 모습이 마치 인어 같았고 그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어서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프리다이빙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물속에서 숨을 참는 그 순간만큼은 고요함 속에서 내 무호흡에 집중하여 그 외 모든 일상의 스트레스와 잡념에서 벗어나 물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평온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의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바쁘고 치열하게 살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많은데 이럴 때 정말 아주 최적의 방법이 바로 프리다이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리다이빙의 여러가지 단체 중 AIDA 라는 단체의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AIDA의 자격증은 총 4단계로 나눠져 있고 1단계를 제외하고 모든 단계에서 이론 시험과 바다에서의 수심이외에도 다양한 이수조건들을 통과해야 자격증이 발급되는데 저는 단순히 취미로 시작했고 바다를 즐기고 싶어서 계속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 높은 자격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여전히 AIDA2에 머물러 있습니다.

산소통 없이 바다 속을 유영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프리다이빙은 숨참기와 이퀄라이징만 되면 수영을 못해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숨참기를 할 땐 힘들지만 이론을 배우고 하는 방법만 익히고 훈련하다 보면 누구나 3분정도는 참을 수 있게 됩니다. 이퀄라이징은 중이의 압력 평형을 맞춰주는 것인데 이퀄라이징 기법들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발살바와 프렌젤이 있으며 프리다이빙을 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프렌젤이라는 방법을 사용해야합니다. 발살바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방법이고 프렌젤은 후두개를 닫은 상태로 입안에 있는 공기로 중이에 공기를 밀어 넣어주는 방법으로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며 중이나 복부, 흉부의 외상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보통 처음에 프리다이빙을 어려워하고 자격증을 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프렌젤 이퀄라이징을 못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론대로 내 몸을 움직여서가 아니라 프렌젤이 저절로 되었기 때문에 사실 이퀄이 안되는 느낌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이비인후과 의사다보니 주변 프리다이빙 강사분들이나 같이 배우는 학생들이 저에게 방법에 대해 많이들 물어봅니다. 저야 이론에 대해서는 아주 잘 설명해줄 수 있지만 이비인후과 의사라서, 이론을 더 깊이 안다고 특별하게 이퀄을 잘하는 방법이 더 생기는게 아니라 질문 받을 때 마다 당혹스럽곤 합니다. 가끔 외래를 보다 보면 다이빙을 하다가 귀나 부비동이 불편하다고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럴 때 제가 다이빙을 하다 보니 다이빙 용어를 사용해가면서 설명해주면 라포를 빨리 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국내 잠수풀에서 트레이닝을 하고,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서 바다를 가곤 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해외 길이 다 막혀서 나갈 수가 없었고 갈수 있는 바다는 국내바다 뿐이었습니다. 동해바다, 제주도바다도 다녀봤지만 울릉도만큼 예쁜 바다는 처음이었습니다. 자연경관도 물론 너무 아름다웠고 물속은 더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휴가로 코론을 다녀왔는데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바다를 가게 된 것도 좋았고 국내 바다들은 잊혀질 만큼 깨끗한 시야와 다양한 물고기, 산호들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그렇게 꿈에 그리던 거북이와 같이 수영도 해보고 멸종위기종인 듀공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소중한 기억이 추가된 것 같습니다

평소 좁은 진료실에만 있다가 본업을 잊고 물속에서 잠수하는 그 순간이 행복하기도하고 아직도 가고 싶은 바다도 많고 보고 싶은 바다 생물도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프리다이빙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거나 색다른 취미를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체험다이빙부터 시작하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번 바다 속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되면 절대 멈추실 수 없을 것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저의 추천으로 프리다이빙을 입문한다고 할 때 그렇게나 뿌듯할 수가 없거든요

댓글쓰기
(04385)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67, 파크타워 103동 307호 (용산동5가 24)

Copyright © by Korean Society of Otorhin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