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혹은 이비인후과 의사로 지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그 중 환자의 스토킹 을 겪은 일화를 가명을 이용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정신과적인 질병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의사가 권고하여도 치료를 받지 않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러 오는 많은 환자 분들이 있고, 정상인과 사고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 불가하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 생각되어 사건 및 발생 시의 대처 tip에 대해서 공유 드리니,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경험담, 혹은 사건과 관련된 또다른 팁들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정인(가명)씨는 종합병원 이비인후과에서 근무하는 의사이고, 여자이다. 성별을 밝히는 것은 여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정인씨에게 수술을 받고 수술의 경과는 괜찮으나, 약을 타면서 한 달에서 석 달에 한 번씩 외래 경과 중인 20대 남자 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이따금씩 “부처님이 보인다”, “손오공이 옆에서 말을 건다”는 등의 표현을 했었고, 정인씨가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보기를 권유했으나, 환자가 늘 거부했었다. 특이한 점은 야뇨증, 몽정 등으로 타과의 진료를 본 적이 있으며, 당시 진료를 했던 여자 의사 외래에서 발기, 성관계 등의 표현을 지속적으로 하여 성기능장애를 담당하는 남자 의사의 외래로 연결 해준다고 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지속적으로 여자 의사의 진료를 요청했고, 남자 의사로 진료가 변경되자 응급실로 찾아와 난동을 부렸던 적이 있었던 점이다. 이후 그 여자 의사는 이직했다. 환자는 3년 전 외래 진료 시 정인씨 연락처를 물어본 적이 있었고, 당시 정인씨는 의사는 환자에게 사적인 연락처를 주지 않는다고 대답했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 없이 외래 환자가 많은 이비인후과 특성 상 양방을 사용하여 외래를 보고 있었다. 정인씨는 응급하게 환자와 관련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어 스마트폰에 따로 암호를 걸어두지 않은 상태였고, 진료실의 책상에 스마트폰을 두었었다. 그런데, 그날 환자 진료 이후 오후 9시경, 갑자기 카카오톡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ㅎㅎㅎ 진료 보는 OOO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늘 용기내서 제 휴대폰에 전화연결했어요 ㅎㅎㅎㅎㅎ 전화 번호 궁금한데 저번에 물어 봤을 때 법적으로 안돼는데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있어서 굳이 이유를 설명 드리면 제가 치료 받을 수 있고 진료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그래서 방해도 안돼고 아무런 신경 쓰이지 않게 오늘 조용히 제 휴대폰에 전화연결해서 카카오톡 보내네요. ^.^” 환자가 다른 여자 의사에게 어떻게 했는지 정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문자를 본 순간 정인씨는 너무 소름이 돋았고, 불쾌했다. 답은 하지 않았으나, 이후로도 웃음 이모티콘이 들어간 문자들을 보내와서 일 주 뒤, 의사 개인 정보 침해 및 환자의 스토킹에 대한 불안감에 직원 고충 처리 신고 및 환자 진료 거부를 요청하였다. 직원 고충 위원회는 그 다음주에 이루어졌으나, 정작 카카오톡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조치 등은 없이, 다음 번 환자 진료 시 보안 요원을 근거리 배치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있었으며, 환자 진료 거부와 관련해서는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고 회신 받았다. 그 사이 환자의 카카오톡 내용은, “아잉 선생님 ^♡^ 답이라도 해줘요 ♡.♡”, “선생님 저 오늘 선생님 꿈 꿨어요 ☆.☆ ㅎㅎㅎ 선생님 너무 좋아요 ♡.♡”,에서 갑자기 반말을 이용해, “정인이너무좋아 ☆.☆“ 등의 내용으로 변경되었다.
한 달 뒤 법률 자문 결과,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서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에게 향후 사적 연락을 금지해줄 것을 요청한 후에 사적 연락이 있다면 진료 거부를 고려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자문 결과가 나올 즈음에는 정인씨는 환자로부터 “가슴 빨고 싶어 ♡.♡” 라는 내용의카카오톡을 받았다. 정인씨는 분노를 넘어선 모멸감에 병원장 면담을 요청했으며, 병원장으로부터 경찰 고소를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본인의 신변 안전을 위해 정인씨는 자비로 후추 스프레이, 전기 충격기를 구매하였다. 아울러 전문 변호사를 통해 상기 사건에 대해 조언을 구했고, 이 사건은 스토킹을 떠나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위반에 해당된다는 설명을 들었고, 경우에 따라서, 가해자가 자위 영상을 보낼 수도 있다는 충고를 들었다.
결국 경찰 진술 전까지 환자로부터 “내랑 만나서 얘기할래?”, “진짜 답장 없으면 좋은 줄 알고 계속 연락 할거야. 정말이야. ♡.♡”, “잘자, ♡.♡ 내여자 ^.^”에 이어 이후에는 “니가 먼저 나한테 관심 있었어? 내가 먼저 관심 있었어?” 등의 카카오톡 및 문자를 받게 되었고, 이후에는 “내가 지금 니 생각하면서 자위 할거야 ♡.♡” 등의 문자에 이어 이미지 첨부 파일도 여러 장 받게 되었고, 환자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도 걸어와 정인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아울러 환자는 외래로도 전화를 걸어 정인씨의 외래 마치는 시간을 확인하기도 하여, 정인씨 신변의 위험을 감지한 병원 측에서는 외래 마치는 시간 근처, 사복을 입은 보안 요원을 환자 대기석에 배치하였다.
정인씨는 경찰 진술을 위해 법률 관련 행정을 맡고 있는 남자 병원 직원과 동석했다. 사건은 여성청소년과에 배치되었으며, 진술 시, 남자 수사관이 사건을 맡아도 괜찮다는 내용에 동의 후에 남자 수사관을 통해 진술이 진행되었다. 정인씨는 이미 변호사를 통해서 가해자가 자위 영상을 보낼 수 있다는 충고를 들었기에, 이미지 파일을 열지 않고 캡처만 한 상태였고, 증거 자료를 넘기기 위해 병원 직원이 이미지 파일을 대신 다운 받아서 경찰에 넘겨준 뒤 삭제해주었다. 담당 수사관은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의사는 환자 몸도 많이 보는데 이런 거 보는 거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정인씨에게 이야기했고, 정인씨는 “해당 발언은 부적절하고 이차 가해일 수 있습니다.”라고 수사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증거 자료들을 모두 넘긴 후, 환자로부터의 문자 및 카카오톡을 차단했다. 정인씨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였으며,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아울러 병원을 통해 법원에 환자의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환자에게 병원에서의 모든 진료 예약이 취소되었음을 통보했다. 상기 사건 이후 외래 수신 전화에 자동녹음설정 기능이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