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서 2020년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 겨울철을 맞아 전세계가 대유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요양병원·집단시설 뿐만 아니라 직장, 학교, 카페, 가족·지인모임 등 일상 공간에서도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1,2차 유행의 규모를 일찍이 넘어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장기화되고 이로 인한 심리적 피로감과 사회적 피해도 커지면서 우리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유례없이 신속하게 개발된 백신의 우수한 예방효과가 보고되고 있고 다른 국가에서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백신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이용한 백신이 개발되면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우리가 곧 접종할 가능성이 있는 백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병원체 자체를 독성을 약화시켜 만든 불활화/약독화 백신이나 면역을 유도하는 특정 단백질항원으로 만든 재조합백신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포함해서 다양한 백신 제조에 오랜기간 안전하게 이용해온 전통적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이러한 백신은 생산 과정이나 생산 시설에 제약이 있어서 신속하게 개발되지 못하고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면역을 유도하는 단백질 항원을 코딩하는 유전자(DNA, mRNA)를 직접 또는 바이러스 벡터 내에 삽입하여 만든 백신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개발 가능하고 단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가장 먼저 임상시험을 마치고 외국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되었다. mRNA 백신이나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아직까지 사람에게 허가되어 사용된 적이 없는 백신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것이 제한점이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백신은 각각 43,548명, 30,420명을 대상으로 하는 3상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공식적으로 발표되었고 중대한 이상 반응은 없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은 인체 내에서 증식하지 않는 바이러스 벡터에 DNA를 주입해 만든 백신이다. 3상 임상 시험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연구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영국에서 긴급사용이 허가되어 접종이 시작되었다. 바이러스 벡터는 암치료나 유전자치료에 이용되고는 있지만, 네개 회사 백신 모두 백신으로서는 사람에서 처음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모든 인구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을 때 임상연구에서 발견되지 않은 이상반응이나 장기간 관찰 시에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주의 깊은 추적이 필요하다. 면역반응 관련된 이상반응이나 질환 악화(ADE, antibody-dependent disease enhancement; VAERD, vaccine-associated enhanced respiratory disease)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고있다.
백신이 감염을 예방하는 효능 면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95%,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0% 정도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모두 인플루엔자 백신의 예방효과를 상회하는 결과이다. 2020년 초에 WHO에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특성으로 백신 효능 최소 50%, 적정 효능 70% 정도로 기준을 제시했었는데 모두 그 기준을 충족하는 효능이다. 예방 효능 70% 이상이면 코로나19 유행 컨트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최근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유전자 변이가 보고되면서 백신 효과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어 왔다. 다행히 영국 변이주(B.1.1.7)에서는 백신 효과가 유지되었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주(B.1.351)에 대해서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능이 일부 감소한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어서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한 노력과 변이주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에서는 변이주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추후 재접종 필요성은 면역 지속기간에 대한 평가와 변이주 유행 상황에 따라서 판단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초기 경증기에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고 무증상 감염이 존재하는 특성으로 소멸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계속 존재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행의 규모가 감소하기 위해서는 감염이나 백신접종을 통해서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많아져야 한다. 마스크 착용이나 물리적 거리두기 등의 비약물적 중재를 하지 않았을 때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R0)가 3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인구의 60-70%에서 면역이 있어야 유행을 컨트롤할 수 있다. 백신접종으로 집단의 면역이 목표치를 상회하면 전파 고리가 차단되어 집단발생은 감소할 것이지만 면역이 없는 사람들에서 산발적 감염은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 상 겨울철마다 돌아오는 계절 감기바이러스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밝혀내고 1년만에 백신이 개발되고 임상연구가 완료되고 접종이 시행되고 있다. 너무나 짧은 기간에 개발되었기에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공동의 노력으로 개발하는 백신은 과학적으로 매우 치밀한 평가를 통해 최종 사용이 승인되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매우 드물거나 장기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겠지만 우리에게 백신의 순서가 왔을 때는 그 전에 매우 많은 세계인이 접종을 맞고 안전성에 대한 자료들이 추가적으로 나올 것이다. 백신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높은 백신 접종률이 중요하다. 우리가 신뢰를 가지고 접종을 맞는 것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을 앞당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