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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October 2020 W-ENTIan October 2020

부동산에 돈이 쏠리고, 기피과를 의사가 피하는 이유 부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블로거 “꿈꾸는 현자” 양성관

양성관

코로나와 부동산이 난리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로, 국내 발생은 2만 명, 전 세계는 3000만 명이 넘었다. (9월 18일 현재) 학생들은 등교를 하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다. 학원이나 체육관, PC방과 커피숍도 문을 열었다 말다를 되풀이 한다. 모든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의사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병원은 그래도 큰 타격이 없으나, 동네 의원, 그 중에서도 특히 감기나 호흡기 질환을 보는 소아과와 이비인후과는 타격을 넘어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모든 사람들이 길거리뿐만 아니라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접촉을 피하니 코로나를 제외한 모든 호흡기 감염이 줄었다. 거기다 항상 알코올로 손을 닦으니 더불어 장염 환자도 감소했다.

작은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입장에서 환자가 감소하니 매출도 줄었다. 집으로 돈을 들고 가기는커녕,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임대료를 내야한다. 환자가 없어 걱정을 하다가도, 막상 환자가 오면, 이 환자가 혹시나 코로나 환자가 아닐까 염려가 된다. 내가 본 환자 중에 코로나 확진자라도 나오면, 몇 년 또는 몇 십 년간 쌓아둔 병원 이미지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거기다 직원이나 의사인 내가 격리라도 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코로나에 걸리는 건 둘째 치고 병원은 2주간 어떻게 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환자 목을 들여다보기 위해 마스크를 내렸다가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간 격리라는데 그렇다고 목이 아프다는 환자, 목을 안 보는 것도 웃기다.

언론에서 올해 안에 백신이 나오니 어쩌니 떠들어댄다. 하지만 의사이기에 코로나가 1~2년 안에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렇게 매출이 줄어 병원을 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부동산은 난리다. 사람들은 ‘빚투’에 이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매수’까지 나서고 있단다.

몇 개월 전, 정부는 선물 투자의 일종인 <레버지리 원유 선물 ETN>이 투기성이 다분하고 실제 가격과 괴리가 발생한다며 아예 거래 자체를 중지해버렸다. 레버리지. 간단히 말하면, 가격이 10% 오르면 수익이 20%, 가격이 10% 내리면 손실이 20%가 된다. 거기다 한국에서 주식은 하루에 최대 30%까지 오르고(상한가) 내리지만(하한가), 이 ETN은 가격하락 제한 폭이 없다. 어마어마한 변동성이다. 정부가 막은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은 겨우 2배 수익률이지만, 이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있다. 바로 전세를 안고 사는 ‘갭투자’나 대출을 풀로 받아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매수’이다. 10억짜리 아파트를 현금 3억에 7억짜리 대출이나 전세를 안고 산다고 가정해보자. 10억짜리 집이 13억이 되면, 집값은 30% 올랐지만, 개인은 3억을 투자했기에 3억으로 3억을 번 100% 수익이다. 무려 3.3배이다. 반대로 10억짜리 집이 7억이 되면, 개인은 자신이 투자한 돈 3억을 그대로 날린다. 대한민국에서 특히 서울 집 값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일단 레버지리가 무려 3.3배인 무시무시한 투기? 투자이다.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5%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저 금리다. 은행에 넣어두면, 세금을 빼고 나면 실제 이자가 1%가 안 된다. 예금자 보호법에 의해, 5000만원까지 보장을 해준다. 리스크는 없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은행에 넣어두는 건 사실상 손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저축을 하지 않는다.

내 어머니는 평생 빚 한번 낸 적 없고, 신용카드 한 번 써 본 적 없으셨다. 그런 어머니께서 한 달 전에 은행에 저축하러 가셨다가 이자가 1%도 채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나와 형에게 전화를 하셨다. 저축할 돈을 줄 테니, 주식을 사달라고. 평생 투자라고는 정기적금과 예금 밖에 모르시던 어머니께서 주식시장에 뛰어들 정도니 말 다했다.

반대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으로서는 이때보다 좋은 때가 없다. 안 그래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은데, 이자까지 낮으니 당연히 사람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빚으로 집을 산다. 앞에서 말했듯이 레버리지가 3배가 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투자는 하이 리스크면 하이 리턴, 로우 리스크면 로우 리턴이 기본이다. 만약 위험은 낮은데 수익이 높다면 사람들은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상품(부동산, 주식 등)을 살 것이다. 그런 게 있으면 좋으련만, 대게는 다단계나 사기로 밝혀진다.

반대로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면 무조건 발을 빼야 한다. 만약 은행에서 지금 이자가 1%도 안 되는데,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모두 찾을 것이다. 그게 정상이자, 인간의 본성이다. 은행에 돈을 그대로 넣어두는 사람들은 뉴스를 못 들었거나, 아니면 그래도 은행을 믿는 어리석은 사람들, 또는 은행 관계자뿐일 것이다.

정부는 공공의대 및 지방 및 기피과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확대해서, 10년간 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하였다. 이상하다. 이미 많은 흉부외과 의사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미용을 하고, 응급실 당직을 서고, 어렵게 개원하여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고 있고, 산부인과 의사는 출산을 포기하고 부인과 질환만 보거나 예쁜이 수술을 하고 있는 지경인데, 정부는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의사가 없단다. 거기다 도지사와 시민단체가 추천?하여 공공의대를 뽑는다고 한다.

이에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의사들이 반발하여 파업을 했다. 파업 문제가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법원에서 괴이한 판결을 내렸다.

82세, 뇌경색 환자가 대장암이 의심되어 대장암 진단에 필수적인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장정결제를 투여 받던 중 장천공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서울 중앙지방법원 판사 정종건은 2020년 9월 10일 A 교수에게 10개월의 금고형을, 전공의 B씨에게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A 교수는 법정에서 구속되었다. 추후 민사소송에서는 형사 소송 결과에 따라, 징역 살이는 별도로 하고 의사는 대략 2억 전후의 보상비를 지급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대학병원 급에서 대장내시경 검사 비용은 대략 9만 원 정도이다. 미국의 영리 회사 ‘헬스케어 블루북’ 자료를 보면 미국은 평균 1872달러(190만원)였다. 한국에서는 9만원이라는 가격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 놓았다. 대학병원에서 사용하는 대장 내시경 장비 가격은 2억이다. 또한 대장내시경을 하려면, 숙련된 의사뿐만 아니라 보조 인력과 다른 장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하면 1000명당 1~3명에서 장천공이 발생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수많은 필수의료 가격을 후려쳤다. 특히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편도절제술, 제왕절개 가격만 생각하면 의사들은 치가 떨린다. 그 결과 ‘로우 리턴’으로 많은 의사들이 ‘하이 리턴’을 위해 미용과 성형으로 떠났다. 그나마 사람을 살린다는 보람으로 소수의 바이탈과와 기피과 의사들이 남아 있었는데, 판사가 환자를 살리려던 의사를 법정구속하면서 범죄자로 만들었다. 안 그래도 소송이 많이 걸려 ‘하이 리스크’로 기피하던 ‘생명을 다루는 진료’를 판사는 ‘초 하이리스크’로 만들었다.

이미 산부인과는 2014년 헌법 재판소에서 ‘무과실 분만사고’ 시 의료기관 측 손해배상금 30% 강제분담제가 합헌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안 그래도 레지던트 모집에서 항상 미달이었던 산부인과의 미래는 그 후로 더 참담해졌다.

그 뿐만 아니다. 또한 ‘파킨슨 환자, 피자 사건’도 있었다. 2016년 6월 17일 수원 지방 법원은 인지 능력이 있고, 파킨슨을 앓고 있는 75세 H씨가 병원의 정규 식사시간 외에 다른 환자에게 피자를 얻어먹고 흡인에 의한 기도 폐색으로 사망하자, 병원이 관리소홀, 주의의무 위반으로 유가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이 판례로 병원에서 안 좋은 일만 발생하면 소송을 걸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2012년 4월 9일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등장했다. 수수료는 기본 2만 2천원으로, 1억 배상을 제기할 경우 수수료는 16만 2천 원, 3억 배상이면 36만 2천 원이다. 기존의 수 백 만원하던 변호사 선임비용에 비하면 거의 공짜에 가깝다. 거기다 민사소송으로 가면 몇 년이 걸리지만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평균 100일 전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니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결과만 안 좋으면 무조건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한다. 수수료 몇 만원으로 몇 억을 배상받을 수 있으니,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거기다 신청을 각하할 경우, 납부수수료 전액 면제다. 당연히 의료분쟁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2014년 827건에서 2018년 1589건으로 4년 만에 2배가 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의사라면”. “히포크라테스 선서”, “의사가 어디 돈을 벌려고”, “인성” 따위를 운운할 지도 모르겠다.

이번 판결로 아직 과를 결정하지 않은 의대생과 인턴들은 더더욱 사람 생명과 관련된 과를 기피하게 되었다.

‘역시 바이탈과를 하면 안 돼. 환자 바이탈 살리려다 자기 바이탈 흔들린단 말이야.’

바이탈과나 기피과를 하고 이미 있는 레지던트들은 특히 1년 차라면 마음속으로 중포(중도포기)를 몇 번이나 생각했을 것이다. ‘아, 진짜, 그만둬야 하나. 혹시나 나도 수술이나 시술 중에 사람 죽으면 이제 구속 되는 건가?’ 사람이 살리는 게 좋아서, 외과 의사가 진짜 의사 같아서, 다른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다 말리는데 순수한 열정이나 사명감으로 남들이 다 피하는 흉부외과나 산부인과를 선택한 레지던트는 뉴스를 보고는 자신의 선택을 몇 번이나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바이탈과나 기피과를 하고 있는 전문의들은 지금 하고 있는 걸 접고, 위험하지 않고 장사만 잘되면 돈을 잘 버는 미용, 성형을 배울까 한 번 이상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위험하거나, 이상한 환자는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전원시키기로 몇 번이나 다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환자를 전원시킬 수도 없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겠지. 이번에 구속된 교수도 대학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였다.

2020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피부과는 2명 모집에 2명, 성형외과는 1명 모집에 4명이 지원했다. 외과는 55명 모집에 4명, 산부인과는 54명 모집에 3명 지원하였다. 흉부외과는 24명 모집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인기과는 모집 인원조차 적은데다 경쟁이고, 기피과는 역시나 엄청난 공백에 역시나 미달이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인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경쟁이고, 하이 리크스, 로우 리턴인 흉부외과 산부인과는 미달이다. 다만 슬프게도 의사로서 사명감이나 적성을 찾아 외과와 산부인과를 지원한,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을 거부하는 의사가 아직 있긴 있었다.

이국종 연봉은 2018년도 1.44억이다. (출처: 한국 일보 2017년 11월 6일 온라인 판 ‘이국종 교수 연봉 1.2억→1.44억으로 늘어난다.’ 이성택 기자) 우리나라 최고 외상 교수의 연봉이다. 그전까지는 1.2억이었으니까 통장에는 800만 원 정도 찍히고, 2018년도부터는 900만원 좀 더 나온다. 처음에는 0이 하나 잘못 찍힌 줄 알았다. 2018년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 평균 연봉이 1억 5천이며, 10억 이상을 받는 선수도 16명이나 되는데......

모든 인간은 어떻게든 리스크를 줄이려 하고, 이익을 추구한다. 그건 인간, 아니 생명체의 본성이다. 설령 그 뜻이나 의도가 아무리 좋았더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는 그 어떤 정책도 성공하지 못한다. (물론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및 의사 정원 증가 정책의 의도가 기피과 의사 증가 및 낙후된 지방 의료 보완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지역 표 획득 및 자기 자식 의사 만들기의 일환인지 확실하지 않다.)

부디 정부는 기피과, 지방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부가 그렇게 양성하기를 바라는, 돈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사명감으로 버티는 기피과, 바이탈과 의사를 판사는 이번 판결로 범죄자로 만들었다. 당연히 의사들은 기피과와 바이탈과를 피한다. (뭐, 의사는 공공재니까 더 많이 뽑아서 쓰다 버리면 되기는 한다만.)

개인적으로는 빨리 공공의대가 생겼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위험한 환자를 무조건 공공의대로만 보내면 되니까. 꼭 거기서 진료 받으라고 하고, 진료를 받지 않으면 진료 거부로 신고를 해야지. 그런데 확인해 보니 의대만 남원에 만들고 병원은 안 만든다고 한다. 어차피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의사가 갈 곳은 없다.

이번 판결로 모든 의사에게 꿈이 하나 더 생겼다. 의사 관두기 전까지 소송 안 걸리기. 의사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준 정부와 판사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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