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2020년.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의 쉼 없는 여정을 지나 교수 임용이 되었지만, 감사한 스승님들과 기뻐하는 지인들과 식사 한번 하기 힘들고, 올해가 가기 전에 초심을 잊지 않고자 11월 어느 금요일 저녁 제주행 비행기표를 충동적으로 구입했다. 처음은 아니지만, 30대 후반에 홀로 한라산 등반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어두운 새벽에 출발해서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한라산을 등반했다. 올라갈 때는 정상만 바라보며 열심히 오르다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하산길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속으로 눈물 흘렸던 기억은 잊혀지고, 매년 한라산 등반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언제까지 한라산을 등반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숙제를 내준 셈이다.
2020년, 2021년, 2022년 등반한 한라산 모습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소설 ‘쿠사마쿠라’에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치를 따지면 모가 나고, 정에 치우치면 휩쓸리고, 고집을 피우면 옹색해진다. 이래저래, 사람의 세상은 살기 어렵다.”는 문장처럼 방 안이 지저분할 때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하듯이, 나는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종종 산을 오르곤 했다. 산에 오를 때만큼은 내 안에 걱정과 고민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고,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절경을 보면 겸허함이 생겨 다시 사람의 세상에 섞여 지내게 될 나에게 주는 휴식이고 위로였다.
올라간 김에 국내 명산 인증 챌린지
최근 방영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예능 프로그램 제목처럼 종종 산에 올라간 김에 어플을 이용한 국내 명산 인증 챌린지를 하고 있다. 어플에서 지정한 국내 명산 100 인증 외에도 다양한 인증 챌린지가 있어 틈날 때 마다 지도를 보고 다음엔 어떤 숨은 명산들을 올라갈 지 고르는 즐거움도 더해졌다.
국내 명산 인증 챌린지 어플과 다양한 국내 명산 정상에서 모습
인생을 산에 오르는 일에 비유하기도 한다. 산을 혼자 오르기도 하고, 친구와 같이 오르기도 하고, 숨이 차서 잠깐 쉬기도 있고, 가파르거나 미끄러울 때는 더 집중하기도 하고, 내가 아닌 것 들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를 마주할 수 있다. 남보다 나아지는 것보다 하루라도 더 나답게 살기 위해 산에 오르는 시간을 자주 갖고 싶다. 환자들의 숨 길을 만들어 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두경부 의사의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한 날에는 산에 오른다.
2020년 어느 가을날 청계산 매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