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Harvard medical school과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소속의 Gorden center for medical imaging 연구소에 2020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연구소 안에서도 Bioengineering & nanomedicine 랩에서 연구를 하였습니다. Targeted contrast agent나 image-guided drug delivery, cancer imaging을 하는 연구소로 제가 한국에서 그동안 하던 3D 프린팅이나 줄기세포 연구와는 다른 분야를 공부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두경부외과 의사로서 head and neck cancer imaging이나 NIR-phototherapy 연구를 직접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금은 그 곳에서 했던 실험들이 좋은 저널에 실리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런 “정량적 성과” 말고도 수많은 “정성적 성과”들을 1년 6개월의 보스턴 연수 동안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간단하게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방법, figure를 좀 더 예쁘게 만드는 방법, 랩 미팅을 잘하는 방법, 연구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임상의사’, ‘연구자’로서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먼저, 한국에서와는 달리 오롯이 실험실에서 지내면서, 기초 연구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 즐거움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상의사로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실제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연구를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임상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고, 의무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초와 임상을 이어줄 수 있는 역할 뿐 아니라, 실제로 ‘환자’를 진료실에서, 수술실에서 만나는 ‘의사’로서의 마음가짐도 다시 한번 고민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직업적 정성적 성과도 있었지만, “나”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정성적 성과도 많이 이루었습니다. 이 부분이 해외연수를 기다리는 모든 분들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엄마따라 무작정 따라온 미국에서 잘 적응해준 딸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 보스턴의 여름은 정말 아름다운데, 학교 근처 공원에서 맨 발로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웃고 떠드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보스턴에 도착해서 둘이 아무것도 없는 아파트 바닦에 앉아서 H 마트에서 사온 탕수육을 먹던 일, 방학 때마다 열심히 여행하던 일, 한창 오미크론이 증가하던 2022년 1월에 딸아이가 코비드에 걸려서, 간병하다가 저까지 옮아서 둘이 집에서 격리하던 일…. 딸아이가 학교에서 뮤지컬 공연에 오디션으로 뽑혀서 3-4개월을 연습하고 무대에서 공연을 했던 것도 너무나 반짝이는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경험해보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만, 엄마로서 하는 것도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귀국 후 8개월, 이제는 정말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어느새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일상에 내가 생각하고 다짐했던 것들 기억하려고 애쓰는 하루를 살아가려고 해야겠습니다. 연수기를 쓰다보니, 이런 시간을 갖게 배려해주신 의국 교수님들과 전공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실험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