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선생님은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국군수도통합병원 알레르기 내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평소 다양한 취미 활동과 동물에 관심이 많으며, 특히 2012년부터 주말을 이용하여 승마에 취미를 가지게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승마라는 취미 활동에 대한 소개 및 장점을 소개하기 위해 원고를 부탁드렸습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말은 관광지 등에서 조교가 조마삭 혹은 고삐를 잡고 기승자를 태우는 일종의 ‘체험승마’ 입니다. 이 때 말이 주는 신비함과 초식동물이 풍기는 온순함에 서서히 빠져들면서 언젠가 말을 타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가 자리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크게 마장마술과 점핑으로 분류되며 국내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마상무예를 다루는 곳도 있습니다. 마장마술은 말과 일체가 되어 아름답고 예술적인 동작을 구현하는 종목이고, 점핑은 다양한 조건으로 설치된 장애물을 신속 정확하게 통과하는 종목입니다. 이 두가지에 크로스컨트리를 추가해 합산하는 종목이 종합마술입니다. 점핑을 하고 싶더라도 초보자의 경우에는 일단 마장마술을 통해 기본 보법을 어느정도 익히고 넘어가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도 추천됩니다.
승마는 시간당 칼로리 소모가 달리기나 수영의 2~4배로, 앉아있기만 해도 운동이 되는 게으른 사람을 위한 운동이라고 합니다. 이부분에 의문이 생긴다면 말을 ‘제대로’ 한번이라도 타보면 의문이 바로 해소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올림픽에서 보는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정도의 말의 발걸음 위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경지인지.
승마는 매우 위험한 운동입니다. 말은 생명체로서 지각과 감정 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기승자와 섬세하고 긴밀한 교감이 필요합니다. 말과 함께 하는 중 아무리 조끼를 쓰고 헬멧을 써도 기승자의 사망을 100%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제 경우 10년넘게 말을 타면서, 말 먹이를 주다 말에 살짝 밟혀 발가락 뼈가 부서진 적도 있고, 낙마 후 의식을 잃기도 했고, 전공의 시절 몰래 나가서 말을 탔다가 한쪽 팔을 못 쓸 정도의 부상을 입은 적도 있습니다. 대부분 외승 중 발생 한 사고지만, 수 년에 한번씩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승마장에서 사망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위험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충분히 위험한 운동임을 명심하고 안전수칙을 지켜가며, 그만큼 조심해서 운동한다면 즐기며 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Figure 1 석양을 바라보며 해변 외승
Figure 2 단풍 속에서 마장 내 외승 (W horseland, 가평)
우선은 말의 외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크고 아름다운 동물의 보석 같은 눈은 묘한 신비감을 줍니다. 또한 지능이 높아 기승자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 간혹(초보자의 경우에는 거의 매번) 기승자를 얕잡아 보는 고고함이 있어 서로 소통하며 운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웜블러드를 기준으로 말의 지능은 7살 아이 수준이라고 하며, 그래서인지 말을 탈 때면 덩치 큰 친구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승 시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승마장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끄러운 도시와는 단절된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승마장의 느낌을 에피타이져로 즐긴 후 기승을 할 때는 말 위에 앉아만 있어도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운동적인 측면에서도 복근을 통해 말의 반동을 받기만 해도 시간당 소모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저 같은 게으른 자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운동이고, 골프/테니스와 달리 균형운동이라 코어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크겠습니다.
Figure 3 일반적인 실내 마장 기승 (W horseland, 가평)
Figure 4 말 풀 먹이기 (W horseland, 가평)
Figure 5 셔틀랜드포니와 아이 (W horseland, 가평)
우선 시작할 때는 접근성이 가깝고, 기초기승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곳을 추천합니다. 마장의 위치가 지나치게 멀면, 초보가 2시간 걸려 이동해서 40분 동안 말을 타고 별 감흥을 못 느끼기가 쉽습니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편도 60km정도에서 도로상태가 편한 곳을 고르면 비교적 정기적으로 마장을 오갈 법하지 않을 까 싶은데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교통체증은 감안해야 하며, 주말 라이더인지 주중 라이더인지 등 개인별 상황(예를 들면 직장 근처 승마장이 위치)에 따라 맞추면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승마를 취미로 삼겠다는 다짐이 섰다면 가장 중요하게 확인할 부분은 기초기승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승마장을 고르는 것입니다. 기초는 최소 3-4달정도는 각오해야 하는데 골프와 마찬가지로 기초가 잘 잡혀야 추후 이중으로 노력과 비용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우선 꼭 필요한 것은 승마바지, 양말, 장갑 정도입니다.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굳이 추가 장비를 구매할 필요는 없으며, 대부분의 마장에서 헬멧이나 안전조끼, 챕 등의 장비는 대여를 해주고 있습니다. 최소 20회 정도는 기승을 해 본 후 계속해서 말을 타게 될 것 같으면 부츠, 헬멧을 구매하면 되고, 이후 필요에 따라 박차, 안장 등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입니다. 승마용품은 가능한 본인이 가용할 수 있는 한도에서 가장 좋은 것을 사는 것이 좋은데 헬멧이나 안장, 부츠와 같은 용품은 선수가 아닌 한 소비제의 물품이 아니고 오래 쓰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여느 운동이 그렇듯이 알면 알수록 마장에서의 기본 예절부터, 말의 품종, 기승 자세, 말의 해부학 등 공부할 것도 많고 아는 것과 행함이 다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운동이 승마인 것 같습니다. 저는 10년째 어깨에 힘을 빼라, 고삐를 제대로 잡아라, 제대로 앉으라는 정말 단순한 과제를 매 기승때마다 모닝 커피 마시듯 지시 받고 있지만, 동물과 함께하는 운동이기에 매 기승이 새롭습니다. 승마는 오래 전부터 귀족 스포츠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겉보기 상의 화려함 때문 보다는 말을 대하는 자세에서 존중과 공감, 책임감, 겸손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마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말과 함께 하는 것이 주가 되기에 언론이나 대중에게 보여지는 부담스러운 화려한 모습은 대다수 승마인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치열한 일상이지만, 단풍이 물든 아름다운 가을에, 말과 함께 자연속에서 한숨 돌리며 아름다운 계절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잠시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