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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October 2022 W-ENTian October 2022

의료경영의 심리학 Ⅱ:
첨단시술을 추천받는 환자의 심리
KAIST 경영대학 박병호

박병호 교수님은 Indiana University에서 Mass communication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6년부터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의 Communications & New media 학과에서 근무를 시작하셨으며, 2008년 4월부터는 KAIST 경영대학에서 미디어 심리학, 뉴로 경영 연구, 행태과학 연구방법론을 연구하고 계십니다. 경영이라는 상황 아래에서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연구들을 많이 하고 계시기에 이비인후과 의원 또는 병원 경영을 함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불리워진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살고 있다. 최신-최첨단이라는 단어는 ‘검증되지 않은 위험’보다는 ‘새롭고 좋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단어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지 오래다.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주방용품, 최신 기술이 사용된 자동차… 가격과 용도에 관계없이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아이템들이다. 예외가 있다면 음식 (‘전통의 맛을 고집합니다’ 같은 선전문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최신-최첨단이 되면 사람들이 머뭇거리는 분야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의료기술이다. 더 구체적으로 짚자면, 자신의 몸에 적용하는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최신-최첨단이라는 것이 항상 의료현장에서의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In Vivo 기술에 대해 더욱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의료소비자의 자세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남의 몸에 대해서는 최신 의료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자신의 몸에 이를 적용하자고 하면 다시 생각을 해 보곤 한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감염증이 유행하기 시작하고 백신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백신을 받아들였는지를 직접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모두가 기억하다시피, 미국 FDA와 한국의 KFDA가 새로 만들어진 코로나 백신들에 대해 긴급승인을 했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부들이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접종을 강력하게 권했다.

이 백신들에 대해,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일찍 접종을 받기 위해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정지되고 예약취소로 잔여백신이 생긴 의원들을 찾아 경쟁적으로 검색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백신을 맞고 몸이 괜찮은지 확인한 뒤에 나도 백신을 맞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고, 일부는 백신이 승인 단계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접종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정부가 빠르면 오는 10월에라도 도입하겠다는 신형 백신(오미크론 변이에까지 대응 가능한 백신)의 접종이 시작되면, 아마도 같은 현상이 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런 현상은 백신에 국한된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뇌과학을 포함하여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백신을 포함하여 ‘일반적으로 특정 성격을 가진 것’에 대해 사람들이 해당되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의료소비자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검증이 된 기술(즉, 안전성이 보장된 기술)이 사용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효과가 높다고 생각되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감수할 준비 또한 되어있다. 그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의술을 시행하는 의사로서도,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의료경영자로서도 필요할 것이다.

우선 일반론으로 시작하자면 – 의료기술의 성격이 In Vivo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위험성(risk)을 더욱 크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탈부착이 가능한 의료기기에 대한 저항이 가장 적고, 그 다음이 바르는 연고류, 그 다음이 경구약이고, 마지막이 절개나 삽입을 필요로 하는 기술/장치가 될 것이다. 의료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경구약도 In Vivo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비의료인은 눈 딱 감고 삼키면 되는 약과 몸 속에 바늘이나 메스와 같은 도구가 들어오는 시술은 그 성격이 상당히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당뇨(특히 DM Type 2)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인슐린이 필요하다고 의사로부터 선고를 받았을 때 매번 직접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해 주사를 놓는 것과 인슐린 펜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원리가 같다고는 해도 주사바늘이 배에 들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직접적/노골적인가에 따른 부담감의 차이가 사용을 시작하는 데에 있어 차이를 많이 낳는다. 아직은 개발 단계에 있지만, 패치형(patch type) 인슐린이나 코로 흡입하는 인슐린과 같은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아마 빠른 속도로 의료소비자들이 이 신기술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의료소비자들의 성향을 뇌과학으로 설명하자면…

사람에게는 호/불호(like/dislike)의 감정이 있다. 지금까지 뇌과학을 활용한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 감정의 근본이 되는 것은 접근/회피(방어) 본능이다. 접근 본능이 자극되면 그것이 좋아한다는 보다 발전된 감정의 형태로, 회피-방어 본능이 자극되면 그것이 싫어한다는 감정의 형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50여년 전까지만 해도 심리학계에서는 이를 단일 차원(unidimension)으로 이해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설문에서 사용하는 “왼쪽 끝은 싫어한다, 오른쪽 끝은 좋아한다라고 보고 점수를 매겨주십시오”라는 형식의 질문은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에 작고한 시카고 대학의 카시오포 (John T. Cacioppo)와 그를 중심으로 한 학자들이 수십년 간 연구한 결과, 접근 본능과 회피-방어 본능은 별개의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비록 모든 심리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까지 충분히 퍼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주류 이론 중의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카시오포 학파의 이론에 따르면, 접근 본능과 회피 본능은 평소에 상반되게 (reciprocal) 작동한다. 즉, 접근본능이 강하게 작동되면 회피 본능의 작동은 매우 약해지는 식이다. 그러나 때때로 두 본능들을 각각 관장하는 두뇌 속 어딘가의 회로(기관)가 다 꺼져있거나 (아무런 대응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 둘 다 켜지는 경우 (co-active)가 생기곤 한다. 접근 본능과 회피-방어 본능이 동시에 작동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상황이 바로 신체적 싸움이다. 때리기 위해서는 접근해야 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때리는 경우에 대비해 언제든지 회피/방어를 할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접근/회피 본능 체계가, 의사와의 상담이라는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할까? 무엇이 접근 본능을 자극하고 무엇이 회피 본능을 자극하는가를 나누어 생각해서 보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시술을 받도록 설득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접근/회피 본능을 자극하는 것은?

우선 접근 본능을 자극하는 것은 (증상의 완화를 포함한) 병의 치료, 건강의 회복에 대한 가능성일 것이다. 약속되는 회복이 빠를수록, 그리고 완전할수록 접근 본능의 자극은 강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3차 의료기관의 ENT에서 활용하는 내시경과 같이 비교적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호의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회피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건강이 악화될 지도 모른다는 위험성(risk). 그렇다고 위험성이 존재하는 경우 이를 의도적으로 설명하지 않거나 사실보다 축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의사로서 판단하기에) 환자에게 있어 득이 실보다 더 큰 경우 접근 본능을 더 자극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새로운 치료법의 성공율이 높은 편이라면, 혹은 제안하는 시술은 의사 본인이 수백회 실시하여 (다른 병원에 비해서도) 경험이 많다면, 이런 사실을 알려주어 회피 본능의 발동 강도를 줄이는 것도 당연히 환자의 설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비용이다. 새로운 치료법은 일반적으로 비싸다. 이유로는 (개업의라면 특히 잘 알겠지만,) 새로 도입한 장비의 비용이나 특허가 풀리지 않아 복제약이 없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높은 가격, 나아가서는 심평원으로부터 아직 수가가 지정되지 못한 비급여 치료로 분류되었기 때문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엇이 되었든 비용이 높을수록 회피 본능은 강력하게 자극되기 마련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새로운 시술이나 치료법이 있다면, 이상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설득을 시도하는 전략을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접근 본능이 회피 본능보다 강하게 작동하여 의사의 추천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설득하는 데에 성공하고나면, 그 뒤에 남은 것은 최선을 다 하여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의료인으로서의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 남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접근/회피 본능에 개인 차이는 없는가?

환자마다 약물 하나하나에 대한 반응 정도가 다르듯이, 접근/회피 본능이 발동하는 강도 역시 개인마다 다르다. 다음 달의 마지막 글에서는 접근/회피 본능에 있어 개인의 차이와, 이를 병원에서의 경영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논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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