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영상의학 전문의를 수료한 후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개인 의료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메디블록을 공동 창립하였습니다. 메디블록은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의료기록(EHR) 플랫폼인 ‘닥터팔레트’를 개발하여 의료 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환자 중심 의료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며 이에 대한 연제를 소개합니다.
일반적으로 EMR은 종이에 기록하던 환자의 인적 사항, 진료 기록 등을 전산화하여 입력, 관리할 수 있는 도구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서의 전산 시스템 도입은 처방을 수기로 작성하여 전달하던 것을 컴퓨터로 작성하여 전산으로 전달할 수 있는 OCS (Order Communication System, 처방전달시스템)가 도입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단지 처방 뿐만 아니라 종이에 작성하던 진료 기록 등도 간단한 텍스트 형태로 전산 시스템에 남길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가장 초기 형태의 EMR이다. 현재의 시스템은 OCS, EMR 기능 외에도 검사 결과 열람 기능(Laboratory Information System, LIS), 청구 기능, 내부 프로세스 관리를 위한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 다양한 기능을 포괄하고 있는데, 이를 통칭하여 병원정보시스템(Hospital Information System, HIS)이라고 명칭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다. 그렇지만, 가장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인 EMR이 병원정보시스템의 대명사로 많이 쓰이고 있다.
1세대 EMR은 진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재까지 시장에 지배적으로 쓰이는 프로그램의 주목적은 진료이다. 진료를 위해 환자를 접수하고, 진료 후 기록을 남기고, 처방전을 발행하고, 수납하고, 그 후 청구를 하는 등, 진료를 위한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1, 2, 3차 의료기관 모두 EMR은 빠르고 효율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시스템은 연구 등을 위한 시스템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지만, 내부 구성원의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봤을 때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PHR은 의료기관에서 관리가 되고 있는 진료 기록 뿐만 아니라 개인이 일상 생활하면서 만들어내는 운동, 식이, 수면 데이터 등 PGHD (Patient Generated Health Data) 까지 포괄한다. 이는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만들어내는 모든 건강과 의료 데이터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컴퓨터의 대중화는 EMR을 보급하는데 기여하였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PHR의 등장을 불러오고 있다. 여기에 만성질환이 많아지며 예방의 중요성이 증가하였고, 사람들이 의료 환경의 변화를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상 속의 건강 관리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운동 관리, 식단 관리, 수면 관리, 명상 등 수없이 많은 건강 관리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고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대표적인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서비스들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PHR 또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아직까지 반쪽자리에 불과하다.
당뇨 관리 앱의 예를 보자. 많은 앱 서비스는 의료기관하고 연동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측정하는 혈당 수치를 받아올 수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의료기관에서도 환자가 평소에 측정한 혈당 수치를 전달받기 어렵다. 의료기관에서의 관리, 일상 생활에서의 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형태를 구현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EHR은 기존 환자 기록 공유 기능이 없는 EMR과는 다르게 환자의 동의하에 의료기관끼리 또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PHR 등으로 기록 공유가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형태의 시스템이다. 환자가 상급 의료기관에 가거나 혹은 지역 의료기관으로 돌아갔을 때, 이사를 갔을 때, 그 외에 여러가지 사정상 의료기관을 변경하였을 때, 새로운 의료기관에서 해당 환자의 과거 기록을 쉽게 열람할 수 있다면 이는 의료진에게도,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환자가 자신의 기록을 스마트폰의 PHR로 내려 받은 후, 이를 이용하여 만성병 관리 서비스 등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면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장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EMR은 해당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공유 기능을 갖춘 시스템을 EHR이라 부르거나 2세대 EMR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HR 또는 2세대 EMR을 대부분의 의료기관 나아가 해외의 의료기관까지 사용한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투석을 받는 신장질환 환자가 있다고 하자. 이 환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평소 투석 받는 의료기관 근처를 벗어나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해외에 여행을 가서도 그 지역의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투석 받는 것 또한 가능해질 것이다. 최근까지 자신이 투석 받았던 기록이 쉽게 해당 의료기관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에서 많이 보는 알레르기비염 등도 마찬가지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의료기관에서 전달 받은 항원 검사 결과를 인지하고, 해당 물질이 많은 지역에 가거나 같은 항원에 반응하는 환자군이 많은 지역을 방문할 경우, 환자에게 경고를 주어 항히스타민제를 미리 준비하게 하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사실 대부분의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는 EHR이 의료기관에 도입이 되면서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EMR과 관련하여 ‘클라우드'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정확히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기반의 EMR이다. 현재 사용이 되고 있는 대부분의 EMR은 의료기관 내에 데이터베이스를 두고 이 데이터베이스에 프로그램이 직접 접근을 하여 환자 기록을 불러온다. 또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관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시스템은 여러 방면에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 의료기관 내에 있는 사람이 직접 데이터베이스에 접근 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해킹을 통해 의료기관 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다. 백업을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컴퓨터 고장에 의해 환자의 데이터를 날려먹을 수도 있고,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비싼 비용을 지불해서 복구를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성이 떨어진다. 해당 컴퓨터의 전원이 나가게되면 PHR 등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이 불가능해진다. 외부와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되는데, 이 프로그램이 또 보안 취약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외부와의 통신 과정에서 리소스를 너무 많이 사용하여 내부 진료가 느려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이상적인 EHR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형태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 시작하였다.
보안 관점에서 개별 의료기관 전체가 보안 관리자를 두고 시스템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이보다는 전문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안 시스템도 갖추고 관리를 하고 있는 회사에서 만들고 관리하는 클라우드가 훨씬 안전하다. 특히 지금처럼 보험공단, 심평원, 식약처 등 외부 시스템과의 연계가 EMR의 필수요소인 시대에서는 더욱더 취약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클라우드가 필수적이다.
필자가 있는 메디블록은 한 걸음 더 앞서가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PHR인 메디패스, EHR인 닥터팔레트를 출시하고 고도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플헬스, 삼성헬스 등 수 없이 많은 PHR 서비스가 나오고 있고, 클라우드 EMR 역시 여러 회사에서 하나 둘 출시를 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하여 전달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볼 때 가까운 미래에는 누구나 자신의 건강 정보, 의료기록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고, 의료기관에서도 그 환자의 다른 기관에서 진료 받은 기록, 일상에서 얻은 건강 정보 등을 열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일로 보이기도 한다.
의료진으로서 그리고 의료진을 이끄는 의사로서, 이러한 변화는 반가울수도 달갑지 않은 변화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이 변화는 결국 더 나은 개인의 건강을 이끌어낼 것이고,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의사는 더욱 많은 것을 환자에게 해줄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