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W-ENTIan November 2020 W-ENTIan November 2020

전공의 주제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봄이었다 인하대병원 전공의 주수현

주수현

안녕하세요. 의학채널~ 짝! 인싸닥스입니다!
2019년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에서 초중고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장래희망 순위에서 ‘크리에이터’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만년 인기 장래희망이었던 의사는 어떨까요? 요즘 같이 의사로 살아가기 힘든 시국에 의사는 인기가 많이 떨어졌을 것 같은데 그래도 4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전통적인 인기 장래희망들을 제치고 ‘크리에이터’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남녀노소, 직업, 학력, 사는 곳을 막론하고 모두가 ‘크리에이터’로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유튜브 열혈 시청자로서, 저도 컨텐츠를 만들어 참여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바쁜 수련 과정 중에 도저히 시도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봄, 우연한 계기로 동문 출신 한 학년 아래 동갑내기 후배들이 유튜브 채널을 같이 해보는 것을 제안하였고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비인후과는 이런 거 하는 곳이에요.)

다시 못 볼 정도로 어색했던 첫 영상을 찍고, 채널에 업로드 한 이후 벌써 반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수현쌤~ 짝! 안녕!?” 이제는 어색한 인사 멘트도 주변 동료들이 제 앞에서 따라해주는 걸 보면서, 꾸준히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구독자 천 명, 새내기 유튜버로서 현재까지는 나쁜 성적이 아닐 수 있지만 어렵게 휴식 사이 틈을 내어 촬영하는 만큼, 원했던 정도의 성적이 아니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큰 성과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얼굴을 내놓고 남들에게 드러난다는 부담감과 일정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유튜브를 그만두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과 소통하는 의사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왜 대중들은 ‘드라마나 영화 속 의사들’을 좋아하고 친근하게 생각하는데, 현실에서는 의사를 그저 어렵게 느끼거나 심지어는 미워하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꾸며진 연극과 달리 현실에서는 진료실 안에서 제한된 짧은 시간 동안만 환자와 대화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의사 단체행동 때에도 의료계 이슈와 의사의 처우에 대해 많은 대중들의 적대적인 속생각들을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인터넷 여론전을 통해 “왜 사람들이 현실의 의사들을 미워하는가?” 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유불문 의사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의사들의 삶이나 배경이나 의료계 이슈들에 대해 모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조심스럽게 제작했었던 의료계 이슈를 설명하는 컨텐츠들에서 설명을 듣고 마음을 열어준 시청자들도 있었으며, 이런걸 알고 있는 여러 의사 유튜버 선생님들은 이번 의료 이슈 속에서 각자의 채널을 대중들과 소통하는 통로로 잘 사용했습니다. 몇몇 영상들은 심지어 하루하루 살아가느라 바빠서 단체행동 내용을 잘 모르던 전공의들한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저의 의학적 수준이나 채널의 입지가 높진 않지만, 이렇듯 유튜브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의사로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의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의사 유튜버로서 의학적인 컨텐츠를 기획하게 되면, 정확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 교과서를 읽고, 논문 등을 더 많이 찾아보며 공부하게 됩니다. 비록 쉬는 날에 촬영을 준비하며 공부하다 보면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종종 있지만, 의학 정보 컨텐츠 하나를 완성해 업로드하고 몇 안되는 ‘감사하다’는 댓글을 보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또한,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의학적 설명을 5분남짓 영상에 담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스스로 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저의 대화하는 태도나 습관을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것 또한 의사로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유튜브 촬영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각자에게 흥미로운 취미를 갖고 있고, 저도 여러 취미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현재는 유튜브 컨텐츠 제작입니다. 컨텐츠를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나 영상을 찍고 업로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 조회수의 변화, 구독자 수의 변화 등이 항상 다채롭습니다.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유명 유튜버들의 재미있는 장난도 따라 해보고,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즐거운 일들을 경험합니다. 저희 채널은 언제까지나 작은 채널일 수도 있지만, 이런 재미들이 저의 진료실과 수술실 안에서의 반복되는 일상에도 큰 힘이 됩니다.

‘대국민 유튜버시대’에 개인으로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점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여러 대형 유튜버들은 유튜브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이제는 방송국 PD까지 고용해 컨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연예인들과 여러 유명인들도 팬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채널을 오픈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진입이 어렵고, 쉽게 구독자 수가 오르기 힘들어졌습니다. 저 또한, 정체된 구독자 수뿐만 아니라, 전공의 생활 동안 각기 다른 년 차 동료들과 촬영 시간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의사로서 혹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고, 의료계 이슈를 다룰 땐 혹시 의사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고민합니다. 특히나 전공의 신분으로 수련병원이나 의국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컨텐츠를 기획할 때는 항상 심사숙고 합니다. 얼굴과 신분을 대중 앞에 드러내고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악플러들의 공격을 받는 것도 때론 스트레스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가 두렵긴 하지만, 그만큼 그 시장이 우리들과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자기 PR 시대에,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의사로서 자신을 알리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도와 경험들이 모여, 또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졌을 때 그 영역에 먼저 진입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자, 오늘 컨텐츠는 ‘새내기 의사 유튜버의 체험 수기’ 였습니다. 내용이 유익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인싸닥스 주수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쓰기
(04385)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67, 파크타워 103동 307호 (용산동5가 24)

Copyright © by Korean Society of Otorhin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