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위산억제제 PPI, 코로나 19 중증 위험도 79%까지 높여” 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Proton pump inhibitor (PPI)는 이비인후과에서 주로 Laryngopharyngeal reflux disease (LPRD) 환자에게 흔하게 처방하는 약제이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사를 읽은 환자가 본인이 PPI를 계속 먹어도 될지 문의를 했다는 경험담을 주변으로부터 듣게 되어, 관련 연구에 대한 리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80116090001679)
1. Proton pump inhibitor (PPI)와 부작용
PPI는 소화성 궤양, 역류성 식도염 등 위산 관련 질환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제이다. 이비인후과에서도 LPRD를 비롯한 다양한 후두 관련 질환에서 사용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PPI는 비교적 안전한 약제로 알려져 있지만, PPI의 장기 사용이 증가됨에 따라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꾸준히 보고가 되고 있다. PPI는 약제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산억제에 대한 영향, 간의 cytochrome P450과의 상호작용 등에 의하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카르시노이드 종양, 위축성 위염, 종양, 흡수장애, 감염, 약물상호작용 등이 알려져 있다.1
2. PPI와 COVID-19
위산은 상부위장관에서 세균집락형성에 대한 장벽 역할을 하며, 장의 상재균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PPI에 의한 위산 저하는 위장관 내 세균 감염 및 집락형성을 유발할 수 있고, 이것의 역류에 의한 호흡기 감염, 장의 상재균 구성 변화 및 세균성 위장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1 비록 위산저하가 COVID-19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2002년 SARS-associated coronavirus (SARS-CoV-1)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SARS에서는 정상 위 내 산도인 pH≤3에서 SARS-CoV-1의 감염성이 저해된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 PPI 복용으로 인해 위 내 pH가 증가하게 되면 바이러스를 비활성화 시키지 못하였다.23
SARS-CoV-2 또한 호흡기계 뿐 아니라 소화기계를 통해 인체 내로 들어온다는 다양한 보고가 있기 때문에 COVID-19에서도 SARS와 유사할 것으로 추측된다.2 SARS-CoV-2가 장관 내 널리 분포하고 있는 angiotensin-converting enzyme-2 (ACE-2) receptor 에 결합함으로써 장내 세포에 신속하게 침투하고 증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4 일단 SARS-CoV-2가 GI tract에 집락을 형성 (colonization) 하게 되면, gastritis, enteritis, colitis를 일으킬 수 있다.5 최근에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는 COVID-19 환자의 대변에서 “infectious virus (not just viral RNA)”가 확인 된 것을 보고하였고, JAMA에도 대변에서 “live” 바이러스가 확인되었다는 연구가 실렸다6. 다른 연구에서도 호흡계통에서 SARS-CoV-2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COVID-19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대변에서 바이러스 RNA가 확인되기 때문에, 대변 내 SARS-CoV-2 레벨의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를 진단하고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indicator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2 종합해보았을 때, SARS-CoV-2의 감염경로로써 호흡기뿐 아니라 소화기계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장관은 인체 내 가장 큰 면역기관이며, SARS-CoV-2가 신속하게 복제가능한 host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위장관의 바이러스 감염이 소화기 증상을 나타낼 뿐 아니라 다른 장기로 감염을 전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4 이는 “gut-lung axis”를 통한 호흡기계 감염도 포함된다.7–9 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와 관련한 이전 연구에서, pantoprazole을 투여한 쥐에서 위장관 감염 증상이 악화되고, 소장 상피의 변성이 발견되며, 폐 조직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보고하였다.9 이것은 ACE-2 receptor를 통해 장관 내로 들어온 coronavirus가 stomach에 inoculation 된 이후 순차적으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였다. 다른 연구에서는 SARS-CoV-2 가 위장관 상피세포를 파괴하게 되면 endotoxin과 microbial metabolites가 유리됨으로써 이를 통해 폐와 같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장기의 염증과 사이토카인 유리를 유발시킨다고 하였다.
3. 과연 PPI를 복용하면 COVID-19 감염 위험도가 올라갈까
이러한 기존의 연구들을 배경으로 했을 때, PPI의 사용이 COVID-19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가설은 타당한 근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올해 7월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에는 86,602명의 18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online survey를 통해 PPI와 COVID-19 양성 관계를 살펴 본 저널이 발표되었다. 86,602명의 설문 대상자 중 복부 통증 또는 불편감, 산 역류, 속쓰림 (heartburn) 증상이 있다고 답한 53,130 (61.3%)명을 대상으로 PPI and/or histamine-2 receptor antagonist (H2RA) 복용력을 알아보고, 복용 횟수, 기간을 설문하였다. 또한 COVID-19 검사를 했는지 확인하고, 검사의 양성 여부, 양성 환자의 경우 새로운 증상 (ageusia, anosmia, 의 발생 여부를 알아보았다.2 최종 53,130명의 환자 중 COVID-19 테스트 양성은 3,386 명 (6.4%) 이었으며, 회귀분석을 하였을 때 PPI를 하루 1회 복용하는 그룹 (OR 2.15;95% CI,1.90-2.44) , PPI를 하루 2회 복용하는 그룹 (OR 3.67;95% CI,2.93-4.60) 은 PPI를 복용하지 않는 그룹보다 COVID-19 test 양성의 odds 가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H2RA를 복용하는 그룹의 위험도는 올라가지 않았다. 특히 COVID-19 양성률과 PPI의 복용이 dose dependent 하다는 것을 연구진들은 강조를 하고 있으며, 따라서, PPI 복용이 필요한 환자에서는 최소한의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였다. NEJM Journal Watch에서는 위 연구에 대해 Mayo Clinic의 Kenneth R. DeVault 교수가 한 리뷰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도 극히 드문 상황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역류가 있는 환자에서는 가장 낮은 유효 용량, 즉 하루 1회 PPI 복용을 제안하였다. 또한 역류 환자에서 PPI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life style modification을 강조할 것도 제안하였다. (https://www.jwatch.org/na52023/2020/07/29/are-proton-pump-inhibitors-associated-with-increased-covid)
다른 연구로는 역시 올해 7월에 Gut에 발표된 “Severe clinical outcomes of COVID-19 associated with proton pump inhibitors: a nationwide cohort study with propensity score matching”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10 2020년 1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국내에서 COVID-19 검사를 받은 18세 이상 성인 132,316명을 대상으로, 1) 최근 1개월 이내 PPI 사용 환자군 (14,163명), 2) 과거 PPI 사용 환자군 (6,242명), 3) PPI 비사용 일반인 대조군 (111,911명)의 COVID-19 중증 악화 위험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또는 과거의 PPI 복용이 COVID-19 감염을 증가시키지는 않았으나, COVID-19에 감염된 환자군 (4,785명)을 세부 분석한 결과 최근 1개월 이내 PPI 사용 환자군은 COVID-19 감염 시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사용, 사망 등 중증 (composite endpoint 2)으로 악화될 위험이 일반인보다 79% 높았다. 반면 과거 PPI 사용 환자군은 COVID-19 감염 시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았다. 또한, PPI 복용 기간과 COVID-19 중증도를 비교하였을 때는 최근 1개월 이내 PPI 사용 환자군에서 30일 이내 short term 복용자가 중증 위험도가 대조군보다 90%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PPI 복용이 일반인들의 COVID-19 감염 위험성을 증가시키지는 않지만, 최근 PPI 복용력이 있는, 특히 “short-term current use” COVID-19 환자는 중증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Figure. Propensity score- matched association of proton pump inhibitor (PPI).10
Composite endpoint 1 consisted of requiring oxygen therapy, admission to the intensive care unit, invasive ventilation or death. Composite endpoint 2 consisted of admission to the intensive care unit, invasive ventilation or death.
항상 그렇듯이 위의 연구들이 PPI와 COVID-19와의 연관성을 밝히긴 했지만 확실한 인과 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추가 연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위 연구들이 과학적 기반을 얻을 수도 있고, 또는 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11 현 시점에서,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low dose therapy (하루 1회 복용)를 통해 치료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생각되며, 증상이 미미한 환자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life style modification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