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동문회 소식지에 기고하였던 글을 조금 수정한 것입니다.
‘온천’에 대한 글을 제의받고, 온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은 부족하고 글재주도 없는 제가 이런 글을 올려도 되나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비인후과 선후배님과 경험을 공유하는것도 좋겠다고 생각되어 부족하지만, 다녀온 곳을 중심으로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묘켄 이시하라소 강가 노천탕(가고시마현). 온천 여행의 계기가 되었던 장면이다.
매일 좁은 진료실과 집을 오가는 지루한 일상에서, 우연히 본 멋진 노천온천 사진 한 장이 저를 일본 온천으로 이끌었습니다. 가고시마현의 묘켄 이시하라소 강가 노천탕 사진이었는데, 이후 계곡이나 강가, 폭포 등을 보며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을 찾아내고, 직접 찾아가는 재미에 빠져 지금까지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도시에서 쇼핑하고 관광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기지만, 저는 일본 시골에 있는 경치 좋고 물 좋은 노천탕을 찾아다니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 대도시나 너무 유명한 온천 지역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유명한 온천 지역이라도 멋진 계곡온천이나 폭포온천이 없다면 아예 갈 생각이 없어서, 많은 유명 온천 지역 중 가보지 못한 곳도 많습니다.
계곡 노천탕을 찾아다닌 지 3~4년째 여름, 시코쿠 지역의 이야계곡 온천에 몸을 담그는데, 마치 기름 속으로 들어가는 듯 미끈거리는 느낌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온천물은 왜 미끈거릴까?’ 하는 궁금증이 폭발하여, 읽지도 못하는 일본 온천 책들을 사서 보고, 찾아보고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전에는 경치 위주였다면 이때부터 온천 수질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어,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을 지금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이야온천호텔(시코쿠 도쿠시마현). 산 중턱 협곡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야온천호텔 계곡온천(도쿠시마현). 료칸 내 케이블카를 타고 협곡으로 내려오면 멋진 노천탕을 만날 수 있다.
‘온천’ 경험이나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다녀왔던 곳 중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괜찮은 료칸과 온천호텔을 조금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가성비가 좋고 접근이 쉬운 큐슈 지역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 혼슈와 홋카이도는 간단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또, 온천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곁들여 할까합니다. 모든 온천을 다 가볼 수도 없고, 가보지 않은 곳을 소개하기도 어려워, 정보가 많지 않음을 우선 양해 바랍니다.
우선, 큐슈 지역을 먼저 둘러보겠습니다.
후쿠오카에서 1시간 30분 거리 내에 위치한 료칸.
제가 가진 일본 온천 책 중 하나는 3,016곳의 일본 온천을 소개한 책이 있는데, 이것만 봐도 일본열도에 3,000개 이상의 온천이 존재하고, 엄청난 수의 료칸과 온천호텔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많은 곳 중에서 아름답고 멋진 노천탕을 가진 곳이 얼마나 많을까요? 다리에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찾고 또 찾아갈 예정입니다.
후쿠오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 중 하나로 많은 먹을거리, 즐길 거리, 볼거리가 있고, 도시 내에도 온천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벗어나도 3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온천 료칸들이 있지만, 제가 즐겨 갔던 5곳을 우선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산소 텐스이(山荘天水) https://tensui.net/
행정구역상으로는 오이타현에 속해있는 아마가세온천의 마을 외곽에 있는 료칸으로, 소개할 료칸 중에서는 가장 먼 1시간 30분 내외의 시간이 걸리는 곳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료칸 중 하나로 이곳만 10번 이상을 방문하였습니다.
경치나 조경이 매우 뛰어나고, 사쿠라 폭포가 보이는 노천온천과 계곡 옆에 위치한 남자 노천탕이 일품입니다. 대절 노천탕도 여러 개 있어, 온천만 즐기기에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입니다. 특히, 7~8년 전 즈음 만들어진 특별실은 테라스에서 사쿠라 폭포를 직접 조망할 수 있고, 노천탕을 객실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오카미상(여사장)이 재일교포 3세로 쿠로가와의 유명한 쿠로가와소와 히타온천 카야우사기 료칸의 주인들과 형제, 자매지간으로 료칸들의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말을 걸어 보았는데, 한국어는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온천 수질은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무난하게 즐길만한 수준의 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질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산소 텐스이 노천탕. 5월이나 6월에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산소 텐스이 노천탕. 폭포로 흘러들어가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산소 텐스이 폭포노천탕. 의자에 앉으면 사쿠라 폭포가 보인다.
산소 텐스이 특별실. 객실 노천탕이 있고, 테라스에서 사쿠라 폭포를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산소 텐스이. 조경이 매우 뛰어나다.
세이류안(清流庵 http://seiryuan.com/)
후쿠오카공항에서 렌터카로 50분 정도, 다지이후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후쿠오카현 아사쿠라시 아키쯔키 온천의 세이류안입니다. 2,400평 부지에 6개 객실만 운영하며, 조경과 식사가 일품인 곳으로, 일본 미슐랭 가이드에 올라와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식당에서 연못을 바라보며 먹는 식사는 정말 정신을 잃게 만듭니다. 실제로 제가 혼자 식사 중 술을 많이 마셔 필름이 끊어진 곳입니다. 두 번째 갈 때부터는 취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큐슈지역의 료칸들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많이 올랐는데, 이곳 또한 많이 올라서 가격이 좀 부담됩니다.
아사쿠라시의 온천 자체가 알칼리성 온천으로 매우 미끈거리는데, 세이류안은 미끈거리기는 하지만 근처 온천들보다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갈 때마다 다음날 근처의 물 좋은 호텔 그랑스파 에비뉴 (ホテルグランスパアベニュー; http://www.avenue-group.jp/)에 들러 당일치기 온천을 하고 갑니다. 이곳은 아주 물이 미끈거리고 좋아서, 당일치기로 온천만 즐겨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세이류안 입구. 들어가기 전부터 남다르다. 일본 미슐랭 가이드에 등록되어 있다.
세이류안 료칸. 연못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세이류안 카이세키요리. 음식이 훌륭하다.
세이류안 어린이용 식사. 어린이 요리도 훌륭하다. 아이들이 남기면 좋은 술안주로 변신한다.
롯포칸(六峰舘 http://www.roppo.jp/index.php)
후쿠오카현 하라쭈루 온천의 롯포칸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합니다. 호텔식 료칸으로 경치가 뛰어나거나 시설이 훌륭하진 않지만, 물이 굉장히 좋고, 가격이 비교적 적당하여 여행의 시작이나 끝에 주로 숙박하기 좋습니다.
특히, 6층의 특별실 세 곳은 치쿠코가와(강)가 잘 보이는 노천탕을 가지고 있어 좋습니다. 5층의 준 특별실은 반 노천탕이 있는데, 물은 똑같이 미끈거리며 좋습니다.
롯포칸 노천탕. 미끈미끈한 노천탕에서 치쿠코가와 강이 내려다 보인다.
롯포칸 6층 객실 노천탕. 특별실 3곳에는 객실 노천탕이 있다.
후카호리테이(ふかほり邸 http://fukahoritei.com/)
후쿠오카현 쿠루메시에 위치한 후카호리테이는 온천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궁극의 물을 가졌다고 알려질 만큼 물이 좋습니다. 료칸에서 직접 재배한 재료들로 카이세키 요리를 만들고, 자라로 만든 탕이 나오는게 특징인데, 자라를 못 먹는 사람을 위해 복어플랜 등 다른 플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곳도 객실이 5곳뿐이 없습니다. 사실 조경이나 시설은 아주 뛰어나진 않고, 경치도 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온천에 몸을 담그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용서됩니다. 이곳 또한 코로나 이후 가격이 너무 올라 가성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후카호리테이 객실 내탕과 노천탕. 이보다 더 미끄러울 수는 없다.
후카호리테이. 관내에서 자라를 볼 수 있다. 저녁식사에 자라탕이 나온다.
스기노야 료칸(旅館 杉乃家 http://furuyu-suginoya.com/)
사가현 후루유온천의 스기노야료칸은 후쿠오카에서도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처음 다닐 때는 한국 사람이라고 신기하게 볼 정도로 외국인 손님이 없었는데, 티웨이항공의 사가공항 취항 후 외국인 손님이 부쩍 늘어 유명해진 곳입니다. 일반 객실은 너무 열악하고, 리모델링한 별채는 노천탕이 딸려있어 좋았으나, 지금은 모든 객실을 리모델링하여 깨끗해졌습니다. 산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고, 물도 아주 좋습니다.
스기노야 료칸. 작은 산 위에 보이는 곳이 료칸이다.
스기노야 료칸. 객실 노천탕에서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스기노야 료칸. 노천탕과 내탕에서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지금은 리모델링하여 모습이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미끈거리는 온천을 비진유(미인탕), 비하다노유(피부미인탕)라고 부릅니다. 이런 온천들은 세 가지 특징이 있는데, 특징 중에 한 가지만 가진 온천도 있고, 모두 다 가진 온천도 있습니다.
이 특징 중 첫 번째는 알칼리성 온천입니다. 비누와 같은 작용이 있어, 피부를 매끈매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고, 알칼리성이 강할수록 클렌징의 효과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천 성분표의 pH가 높을수록 미끈거림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탄산수소 염천과 유산 염천입니다. 예전에는 중조천이라 불렸던 것이 나트륨-탄산수소 염천이고, 유산 염천은 흔히 유황천을 말하는 것으로 피부에 윤택을 주어 촉촉하게 해주는 화장수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메타케이산(메타규산)이 많이 함유될수록 피부에 미끈거림을 느끼게 하고 보습 기능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런 특징들을 알고 온천 성분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천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온천을 할 때 몸을 물에 담그고, 향을 맡아보고, 피부를 비벼보면서 온천수를 느껴본 후, 대충 pH와 성분을 예상해 보고 온천 성분표와 비교해 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비슷하게 맞추었을 때 별것도 아닌데,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런 것을 온천 자부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갈 때 pH meter를 가지고 다녔으니 저도 온천에 미쳐있었나 봅니다. 이 글에서 소개되진 않겠지만, 당일치기 전용 온천이나 자연 속 자연 온천들도 찾아다니면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후쿠오카 주변의 다섯 군데 료칸은 산소 텐스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알칼리성 온천으로 대부분 pH가 9 이상으로 매우 훌륭한 알칼리성 온천입니다. 특히, 후카호리테이의 미끄러움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성분표. pH와 메타케이산, 성분, 용출량, 가수여부 등을 자세히 본다.
pH가 높은 온천에 가보면 대부분 미끈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의 성분표는 우레시노 온천 요시다야의 것인데, 이 집도 매우 물이 미끈거립니다. 성분표 상에서 pH가 7.4로 높지 않지만, 메타케이산이 113으로 매우 높고, 나트륨, 탄산이온이 많이 함유된 중조천 계열의 물로, 미인천의 두 번째와 세 번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분표 상으로는 물이 매우 좋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가보면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은데, 그것은 주로 원천에 가수를 하여 희석되어 그런 곳이 많습니다. 가수는 원천의 용출량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하거나, 원천이 너무 뜨거울 때 주로 사용합니다.
온천의 이름을 붙일 때도 1L당 용존 물질이 1g 이하일 때 ‘단순온천’이라고 하고, 그 이상일 때에는 대표적인 용존 물질 이름을 붙여줍니다. 사진에 보이는 요시다야는 용존 물질이 1.5g이나 되어 ‘나트륨-탄산수소 염화물천’이라고 부릅니다. 온천명명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중조천’이라고 불렀던 종류의 물입니다.
후카호리테이의 미끈거리는 물은 ‘알칼리성 단순온천’이라고 부르는데, 용존 물질은 1g 미만이지만 pH가 높아 그렇게 명명합니다.
다음은 큐슈의 쿠마모토현에 있는 온천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쿠마모토현의 온천
가장 먼저, 쿠마모토현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키쿠치 계곡온천 이와쿠라 료칸(岩蔵 http://www.iwakura0026.com/)을 소개합니다. 쿠마모토 공항에서 30분, 후쿠오카 공항에서는 약 1시간 40분에서 2시간 사이로 걸립니다. 이곳은 물 좋기로 소문난 키쿠치 온천에서 키쿠치 계곡으로 가는 길에 있는 료칸으로, 물은 키쿠치 계곡만큼 훌륭하진 않지만 꽤 좋은 편이고, 객실에서 계곡을 보며 즐기는 온천이 일품입니다.
이와쿠라 료칸 객실 노천탕. 객실에서 계곡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수 있다.
이와쿠라 료칸. 커피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오두막 같은 공간이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오두막 같은 곳에서 커피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데, 5번 방문하면 나만의 컵을 만들어 줍니다. 요즘은 만들어주는지 잘 모르겠으나, 제가 한 번 더 가면 6번째이니 알 수 있을지요? 코로나 이후 이곳도 많이 리모델링되어 휴게공간도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와쿠라 료칸. 미리 예약을 하면 계곡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이와쿠라 료칸. 계곡이 정말 아름답다.
이와쿠라 료칸 입구와 대욕장에 켄센카케나가시 100%라고 적혀있다. 온천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와쿠라 료칸의 대욕장에는 100% 켄센카케나가시 라고 자부심에 넘친 글이 붙어있습니다. 이것은 원천 흘려보내기 방식이라고 해서 온천을 원천 그대로 흘려보내게 하는 방식입니다.
욕조에 물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흘려보내기식과 순환식이 있는데, 순환식은 욕조의 물을 계속 순환시키면서 필터 등으로 불순물을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순환식보다는 흘려보내기식이 원천 그대로의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위생적으로도 깨끗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흘려보내기를 할 만큼 온천의 유량이 풍부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온천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순환식은 계속 순환해 줘야 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염소소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염소소독 냄새가 나는 곳이 꽤 있습니다. 또 온천을 공급할 때 가수, 가온을 하는 곳이 있는데, 가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천이 아닌 물을 섞는 것을 말하며 원천이 너무 뜨겁거나, 원천이 부족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원천이 뜨거워도 가수하지 않고, 식혀서 공급하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의 물이 더 좋을 것입니다. 가온은 원천이 온천을 즐기기에 차가울 때 주로 사용합니다.
온천 성분표만 보면 굉장히 미끈거릴 것 같지만, 정작 들어가 보면 수영장물 끓여 놓은 듯한 곳도 많은데, 이런 곳은 원천이 부족해서 가수를 많이 한다든지, 순환을 많이 하면서 염소소독이 많이 되어 냄새가 나서 그런 경우입니다.
오래전부터 물 좋기로 유명한 기후현의 게로온천도 온천수를 너무 오랫동안 아낌없이 뽑아 쓰다 보니 유량이 부족하여 직접 가보면 물이 좋은 곳이 별로 없습니다. 게로 관광호텔(下呂観光ホテル http://www.geroyado.co.jp/honkan/) 같은 경우에는 대욕장 내탕에만 원천을 집중시키고, 노천탕, 객실탕 등에는 가수 된 온천수가 들어가서 물이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원천이 집중된 내탕에 들어가 보면 정말 미끈거립니다. ‘이게 게로의 원래 온천이구나’ 하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가까이 큐슈 사가현의 우레시노 온천마을도 미인온천과 녹차로 유명하지만, 정작 유명한 호텔들에 가보면 물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료칸 중 숨은 강자가 있습니다. 시설은 별로지만, 물이 다른 호텔보다 탁월한 요시다야 료칸, 모토유같은 곳이 이런 곳입니다.
객실 노천탕의 가수밸브.
객실에 노천탕이 있는 경우 온도조절을 위해 ‘가수’를 할 수 있게 해놓은 곳들이 많습니다. 사진과 같이 좌측은 뜨거운 온천이 우측은 차가운 물이 나오는 밸브로, 차가운 물은 온천이 아니기 때문에 섞이면 원천의 느낌이 줄어듭니다. 원천 그대로를 즐기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온천 밸브를 잠가 더 이상 뜨거운 온천이 나오지 않게 한 후 자연스럽게 식도록 두는 것이 더 좋습니다.
두 번째 소개할 곳은 히라야마 온천마을입니다. 쿠마모토 현지인들이 물이 좋아, 주말이면 자주 가는 곳입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1시간 20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히리야마 온천마을에 있는 료칸들은 다들 물은 좋습니다. 그중에 료칸 이치보쿠잇소(一木一草 http://www.ichiboku.com/)는 히라야마온천 료칸 중 가장 pH가 높은 곳으로 유명한데, pH가 10이나 됩니다. 물론 물도 미끈미끈 좋습니다. 이치보쿠잇소에서는 당일치기용 온천시설을 다른 건물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은 료칸 온천물보다는 덜 좋습니다. 아마 가수를 하거나 순환방식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객실이나 식사는 중간 정도 수준은 되는 것 같고, 조경이나 볼거리는 없습니다. 접객 또한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물 하나 보고 가는 곳입니다.
이치보쿠잇소 료칸. 큐슈에서 가장 pH가 높은 곳 중 하나이다.
히라야마 온천에서 가성비가 가장 뛰어나다는 유노쿠라 료칸(湯の蔵 http://www.yunokura.jp/) 외에도 이마무라 료칸, 우에다야(上田屋 https://ryokan-ueda.com/)등 가볼만 한 곳들이 몇 곳 있습니다.
우에다야 객실 노천탕과 이마무라료칸 노천탕. 히라야마 온천의 료칸들은 대부분 물이 아주 미끈거린다.
세 번째 소개할 곳은 아마쿠사에 있는 호텔 및 료칸입니다. 아마쿠사는 돌고래 투어, 해산물 등이 유명한 큰 섬들이 다리로 이어진 곳으로, 쿠마모토시 서쪽 바다의 섬도시입니다. 후쿠오카에서 3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아주 먼 곳입니다.
우선 절벽 위 바다 조망이 멋진 아레그리아 호텔(ホテルアレグリアガーデンズ天草 https://hotel-alegria.jp/)을 소개합니다. 아레그리아 호텔에는 본관에 많은 객실들이 있지만, 별채 ‘하나칸’이라고 해서 절벽 위에 4개의 고급 객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 객실 ‘사쿠라’를 추천합니다. 하나칸의 4개의 객실 모두 숙박해 보았는데, 노천탕은 다 비슷하지만, ‘사쿠라’ 객실이 구조나 뷰가 단연 좋습니다. 멋진 바다 전망을 객실에서도, 객실 노천탕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아레그리아 호텔 사쿠라 객실의 일부 모습.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레그리아호텔 객실 노천탕. 객실이 절벽 위에 있어 매가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아레그리아 호텔 대욕장 노천탕. 바다를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홈페이지 사진)
아마쿠사의 또 다른 비탕숙소 류라쿠테이(湯楽亭 http://yurakutei.jp/) 료칸은 아주 외진 바닷가 근처에 있는 물 좋은 비탕료칸입니다. 이곳은 전통 료칸에 가까워 시설이 쾌적하지는 않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곳이지만, 저는 무척 좋아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원래 적탕, 백탕으로 불리는 두 가지 원천을 가지고 있었는데, 쿠마모토 대지진 이후에는 적탕이 나오지 않아 현재는 백탕으로만 온천을 다 채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지진 이후 백탕이 지진 이전보다 훨씬 미끈거려졌다는 것입니다. 뭔가 천질의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끈미끈한 온천에 신선한 해산물이 많이 나오는 바다 카이세키, 시설은 오래되어 좋지는 않지만 정감가는 곳입니다.
보통 일본의 카이세키 요리에서 회는 코스 중의 하나로 숙성시간을 거친 선어회가 나와 살이 부드럽고, 단맛이 올라오는데, 이곳은 바닷가 바로 앞에 있어 회가 활어회로 나옵니다. 그래서, 회를 먹을 때만큼은 일식을 먹는 느낌보다는 한국의 횟집에서 먹는 것 같습니다. 양도 ‘소식플랜’ 외에는 배가 부를 정도로 많은 회와 생선 요리가 나옵니다. 한번은 회가 부족할까봐 체크인할 때 미리 추가 주문을 넣으려고 하니, 직원이 ‘추가 주문 안 하셔도 배가 많이 부르실 텐데요.’ 하던 생각이 납니다. 실제로 그날 다 못 먹고 남겼습니다.
류라쿠테이 료칸 노천탕. 쿠마모토 대지진 이후 적탕(우측)이 나오지 않아 지금은 백탕(좌측)으로 채워져있다.
류라쿠테이 료칸의 명물 동굴온천. 지금은 백탕으로 채워져 있다. 쿠마모토 대지진 이후 물이 아주 미끈거려졌다.
류라쿠테이 료칸 식사. 보통의 카이세키 요리와 달리, 바닷가 근처라 활어회로 나온다.
이 외에도 텐구노후네(天空の船 https://www.tenku-f.jp/), 류쿠호텔(ホテル竜宮 https://www.ryugu.net/)등 유명한 곳이 있습니다.
이 아마쿠사 지역은 후쿠오카에서 렌터카로 3시간 이상 걸려서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입니다. 후쿠오카에서 하루에 두 번 국내선으로 아마쿠사공항으로 가거나, 운젠지역의 항구들에서 배로 가면 갈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어렵습니다.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쿠마모토 공항에서 렌트해서 가는 것이 그나마 빠를 것입니다.
네 번째 소개할 온천은 쿠로가와 온천마을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해서 많이들 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쿠로가와 온천과는 인연이 깊습니다. 료칸조합에 근무하던 히카루 라는 일본인(물론 한국말을 잘합니다.)과 친해져서 여러 온천도 소개받고, 특히 쿠로가와에서 숙박할 때마다 히카루씨가 부탁해줘서 오카미상이 상당히 잘 해주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쿠로가와 온천은 료칸들이 모여 조합을 형성하고, 온천마패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일본 내에서 인기 있는 마을이 되었고, 이제는 한국,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인기 지역입니다.
쿠로가와 마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료칸조합에 들러 온천마패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천마패 하나면 마을 내 료칸 중 세 군데에서 히가에리(당일치기) 온천을 할 수 있습니다. 쿠로가와에 숙박하면서 당일, 또는 그다음 날 온천 순례를 돌면 하루, 이틀 재미나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마을 내에 동굴온천으로 유명한 신메이칸, 미인천으로 유명한 이코이 료칸, 야마비코 료칸, 오쿠노유 료칸 등 많은 료칸이 있으며, 마을 외곽으로 야마미즈키 료칸, 호잔테이 료칸, 산가료칸, 쿠로가와소 료칸, 코우노유 등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료칸이 있어,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제가 좋아하는 계곡온천이 있는 곳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호잔테이(帆山亭 http://www.hozantei.com/)는 모든 객실에 계곡과 접해있는 노천탕이 있고, 객실의 수준에 따라 노천탕의 수준도 올라갑니다. 오래되어서 아직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당시 근처에서 요리는 가장 괜찮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특별실들은 객실 노천탕이 특히 좋습니다.
쿠로가와 온천 호잔테이 대욕장. 계곡과 접해있는 노천탕으로 당일치기로도 입욕이 가능하다.
쿠로가와온천 호잔테이 객실 노천탕. 작은 계곡물과 접해있는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야마미즈키 료칸(旅館 山みず木 http://www.yamamizuki.com/)은 넓은 계곡 노천온천으로 유명합니다. 숙박했을 때 온천 외에는 큰 매력은 느끼지는 못했지만, 당일치기라도 꼭 들러보면 좋을 노천탕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로카와 온천 와라쿠. 눈 내릴 때 하는 온천만큼 상쾌한 것은 없다.
쿠로가와 온천 야마미즈키. 계곡에 접해있는 대노천탕이 일품이다.
쿠로가와 온천들. 산가, 오쿠노유, 이코이료칸, 쿠로가와소. 모두 당일치기 입욕이 가능하다.
요즘은 새로 지어진 료칸들이 있어, 오랜만에 쿠로가와 온천에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쿠로가와 온천에서 고개만 하나 넘어가면 10분 거리에 오다온천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도 훌륭한 료칸이 있습니다.
그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후지모토 료칸(旅館 藤もと http://fuji-moto.com/)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계곡 안에 한 곳, 바로 코앞에 두 곳의 노천탕이 일품이고, 료칸 바로 앞 논에서 직접 재배한 쌀로 만든 밥과 각종 절임 반찬, 소박한 카이세키 요리가 좋았습니다. 고급스럽지 않고 훌륭한 온천을 가진 소박한 전통 료칸이었는데, 현재는 다른 곳에 인수되어 후지노야(藤のや)로 리오픈되었습니다.
후지모토 료칸의 노천탕. (홈페이지 사진)
오다온천 후지모토 료칸. 료칸 앞 논을 보고 있으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근처의 가후게츠 료칸(花風月 http://www.kafugetsu-tenga.jp/)도 작은 폭포가 보이는 온천이 유명하지만, 중학생 이상만 숙박할 수 있어서, 막내가 있는 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서야 갈 수 있었습니다. 또 후지모토 근처의 타케후에 료칸(竹ふえ http://takefue.com/)도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진 료칸입니다.
가후게츠 료칸 노천탕. (홈페이지 사진) 작은 폭포를 보며 온천을 즐길수 있다.
타케후에 료칸의 객실 노천탕. (홈페이지 사진)
가고시마현의 온천
가고시마공항에서 20~30분이면 기리시마온천, 묘켄 온천마을에 갈 수 있습니다. 1시간이면 가고시마 시내에도 괜찮은 온천호텔이 있고, 멀리 이부스키까지 내려가면 모래온천이 유명합니다.
먼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묘켄 온천마을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온천 료칸 중 하나인 묘켄 이시하라소(石原荘 https://www.m-ishiharaso.com/)입니다. 요즘은 너무 유명해져서 성수기에 가면 1/3은 한국인, 1/3은 중국인, 나머지는 일본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묘켄 온천의 료칸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여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시하라소는 요리며 접객이며 모두 훌륭하고, 강가 노천탕이 무엇보다 좋습니다. 철, 이온과 탄산이 많이 함유되어 상처가 있으면 따끔거릴 수도 있습니다. 노천탕에서 긁힌 엉덩이 상처가 따끔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묘켄 이시하라소 노천탕. 비가 내리면 신비로운 느낌마저 든다.
묘켄 이시하라소. 다른 형태의 노천탕이 두 곳 더 있다. 대절탕이나 여탕으로 이용된다.
강 건너 마주 보고 있는 가죠엔(雅叙苑 https://gajoen.jp/)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이시하라소 료칸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좀 밀리는 듯합니다. 같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최고급 료칸 텐구노모리(天空の森 https://tenkunomori.net/)는 거의 1인 1박에 12~25만 엔 정도로, 산 하나에 5객실만 있어 규모가 크고 고급스럽습니다. 물론 이곳은 저도 가보지 못했고, 알고만 있는 곳입니다.
텐구노모리. 가죠엔 사장님이 운영하는 고급 료칸. (홈페이지 사진)
텐구노모리. 비싸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다. (홈페이지 사진)
묘켄온천에서 기리시마 온천으로 가는 길에 숨어있는 비탕이 있습니다. 바로, 카요우테이 호텔(ホテル華耀亭 http://www.kayoutei.jp/)입니다. 호텔식으로 지어놓았지만, 손님이 많지 않아 시설이 좀 낙후되었습니다. 하지만, 온천 수질이 굉장히 좋고 노천탕은 정말 멋있습니다. 현재는 폐관되었습니다.
카요우테이 호텔 노천탕. 아침이면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멋진 노천탕이다. (지금은 폐업하였다.)
카요우테이의 또 다른 노천탕과 족탕. 족탕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좋다.
기리시마 온천까지 올라가면 전형적인 유황 온천지역입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비탕 같은 곳은 없지만, 사쿠라지마가 보일 정도로 경치가 좋고 가성비가 뛰어난 료코진 산소(旅行人山荘 https://ryokojin.com/), 대노천탕이 엄청나게 넓어 겨울에 남녀가 같이 들어가도 잘 보이지 않는 기리시마호텔(霧島ホテル https://www.kirishima-hotel.jp/), 기리시마 전형적인 하얀 유황천은 아니지만, 거의 유일하게 계곡을 끼고 있는 노천탕을 가지고 있는 세이류소(静流荘 http://www.seiryuso.org/), 시설은 낡았지만 계곡 혼탕이 유명한 이와사키 호텔(いわさきホテル 지금은 휴관 중) 등 너무도 많은 료칸과 호텔들이 있습니다.
료코진산소. 날씨가 좋으면 사쿠라지마가 보인다. (홈페이지 사진)
기리시마호텔 대노천탕. 굉장히 큰 온천탕으로 깊은 곳은 가슴높이까지 차있다. (홈페이지 사진)
세이류소 노천탕. 기리시마온천에서 몇 안되는 계곡온천이 있다.
이와사키호텔 계곡온천. 혼탕이지만 유아미를 입고 들어가서 부끄럽지 않다.
가고시마 시내에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유명한 료칸이 있었습니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보이는 사쿠라지마라는 화산섬 안에 있는 후루사토 료칸이 그곳입니다. 바다온천이 유명했었는데, 경영 악화로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처음 사쿠라지마의 후루사토 료칸에 갈 때 섬 어린이들이 안전모를 쓰고 학교 가는 것을 보았는데, 화산 분화 시 재나 돌 같은 것이 날아올 것을 대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거대한 하수구처럼 생긴 것들이 산에서 내려오도록 만들어진 것들이 있는데, 화산 폭발 시 용암이 바다로 흘러내리도록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후루사토 료칸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분화구에서 올라오는 연기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류진호텔 바다온천. 지금은 폐업하였지만 당시에는 가고시마현을 대표하는 온천이었다.
가고시마에서 훼리를 타고 사쿠라지마로 들어온다. 후루사토 료칸 앞에서 바라본 사쿠라지마 분화구에서 연기가 솔솔 올라온다.
가고시마 시내에 또 다른 명물 온천호텔 시로야마 칸코호텔(城山ホテル https://www.shiroyama-g.co.jp/)은 일본에서 Head&Neck 일본학회를 한 것이 기억납니다. 사쿠라지마가 잘 보이는 노천탕으로 유명합니다.
시로야마 관광호텔. 사쿠라지마가 잘 보이는 노천탕. (홈페이지 사진)
가고시마에서 차로 1시간 20분 정도 내려가면 이부스키가 나옵니다. 이부스키는 모래찜질 온천으로 유명한 곳인데, 노무현 대통령 때 한일회담을 한 장소로 유명한 하쿠스이칸(白水館 http://www.hakusuikan.co.jp/)이 있습니다. 명성만큼 음식이나 온천이 뛰어나진 않지만, 이부스키에서 1박 하기 마땅한 곳도 찾기 힘들기 때문에 하쿠스이칸에서 하루 숙박한 적이 있습니다.
하쿠스이칸 전경. (홈페이지 사진)
모래짐찔 온천. (큐슈온천 홈페이지 사진)
사가현, 나가사키현의 온천
사가현의 대표적인 온천은 녹차와 미인천으로 유명한 우레시노 온천과 근처의 타케오 온천이 있습니다. 우레시노 온천은 많은 료칸과 호텔들이 있지만, 예전의 명성처럼 물이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인기 있던 온천마을이기에 유량이 부족해진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레시노 온천마을에서 뛰어난 수질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레시노 온천이라면 와탸야벳소(和多屋別荘 http://www.wataya.co.jp/)가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가문의 영광’이라는 영화를 찍었던 곳이기도 하고, 일본 쇼와천황이 다녀가서 유명한 곳입니다. 대욕장이나 특별실 스이메이소 전용 욕장에 가봐도 물이 아주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구석구석 찾아보면 요시다야(吉田屋 http://www.yoshidaya-web.com/), 모토유(うれしの元湯 https://www.motoyu-spa.co.jp/)같은 물 좋은 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시이바산소(椎葉山荘 https://www.shiibasanso.com/)도 경치도 좋고 시설도 좋지만, 물은 평범합니다.
와타야벳소 노천탕. 노천탕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시이바산소 노천탕. 멋지긴 하지만 물은 평범하다. (홈페이지 사진)
나가사키현의 온천으로는 운젠온천이 유명합니다. 산꼭대기에 온천마을이 있어 차로 올라갈 때 길이 꾸불꾸불하여 힘들지만, 색다른 산성온천을 만날 수 있습니다. pH가 2 근처로 물에 들어갈 때 매우 뜨거운 느낌이 있는데, 조금 지나면 뜨거운 게 아니라 쏘는 느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성온천은 좀 오래 들어가 있으면 몸이 좀 힘든 느낌이 있습니다.
운젠온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한즈이료(旅亭半水盧 https://hanzuiryo.jp/)입니다. 저는 가보진 못했지만, 다녀오신 분들은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고급 료칸입니다. 저는 가성비가 좋은 후쿠다야(福田屋 http://www.fukudaya.co.jp/)에 다녀왔습니다.
후쿠다야 노처탕과 대절탕. 대절탕에서 사케를 띄워놓고 마실 수 있다.
운젠온천에서 동쪽 바다로는 시마바라온천, 서쪽 바다로 내려오면 오바마 온천마을이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이 작은 바닷가 온천마을 ‘오바마 온천마을’이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아직도 관광안내소에 오바마 밀랍 인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걸 마을 홍보에 이용하는 마을 사람들도 대단합니다.
오이타현의 온천
오이타현이야말로 온천의 천국입니다. 유후인, 벳부로 대표되는 오이타현. 온센켄(온천현)이라고 불릴 만큼 온천이 많습니다. 유후인이야 너무나 유명해서 소개할 것도 없습니다. 저도 처음 가본 일본 온천이 유후인 온천이고, 사실 그 이후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개할 것도, 아는 것도 없습니다. 유후인 3대 료칸 카메노이벳소(亀の井別荘 https://www.kamenoi-bessou.jp/index.php/topic/home_en), 산소 무라타(山荘無量塔 http://www.sansou-murata.com/), 타마노유(玉の湯 https://www.tamanoyu.co.jp/)는 언젠가는 가봐야지 하면서, 야마처럼 알고만 있습니다.
벳부는 벳부 8탕이라고 하여 8개의 원천 지역을 가진 일본 최대의 온천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호잔소’라는 작은 료칸 한군데 말고는 항상 스기노이 호텔만 이용하였습니다. 스기노이 호텔(杉乃井ホテル https://www.suginoi-hotel.com/)은 대규모 온천호텔로 한국, 중국 관광객이 절반이라는 농담을 할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갑니다. 대형 온천시설, 온천 수영장 등 놀거리가 많고, 저렴한 방부터 고급스러운 방까지 골라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매년 1월 초 비수기 때는 1인당 8,800엔 플랜을 내놓는데, 이때 가면 아주 싸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특히 일출을 볼 수 있는 전망 노천탕 ‘타나유’와 저녁 뷔페 ‘시즈’가 유명합니다. 저는 주로 2가족 이상 갈 일이 있을 때나 휴가를 길게 갈 때 여행 비용 절약을 위해 1박 정도 스케줄에 포함합니다.
스기노이호텔 전망 노천탕. 일출을 볼 수 있다.
스기노이호텔. 옥상에 벳부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온천 수영장이 있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다.
스기노이 호텔을 경영하는 오릭스 부동산은 일본 전역에서 경영 위기의 호텔이나 료칸을 인수하여 스기노이 호텔에서 얻은 노하우를 적용해 부활시키는 재주가 있습니다. 도야마 쿠로베 협곡의 스기노이 호텔, 나가노의 타키노유 호텔 모두 노천탕에 벳부 스기노이의 ‘타나유’ 이름을 붙이고, 저녁 식사는 ‘시즈’라고 이름 붙인 레스토랑에서 대형 뷔페를 운영합니다. 모두 가격에 비해 뷔페의 질이 좋고, 온천도 훌륭하여 부활에 성공하였습니다. 가서 직접 보면 운영 방식과 시설 이름들이 비슷해서 친근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오릭스 부동산의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제 호텔을 인수, 리뉴얼하는 것보다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온천호텔을 하코네에 짓는 것이 꿈이다.’라고 밝히곤 했었는데, 8~9년 전 ‘하나오리’라는 이름으로 하코네 온천에 온천호텔을 열었습니다. 저도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다녀왔는데, 온천은 타나유로 똑같이 이름 붙이고 시설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식당은 스기노이 호텔들의 ‘시즈’를 버리고 성격이 좀 다른 아기자기한 카이세키 요리가 생각나는 뷔페 형식이었는데, 고기와 회를 실컷 먹고 싶은 저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식사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리뷰를 보면, 여성분들은 아주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다음에는, 시코쿠, 혼슈, 홋카이도의 온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보겠습니다.
나가노 그랜드호텔 타키노유의 노천탕. 스기노이에서 인수하여 리모델링 후 부활하였다.
하코네 아시노코 하나오리. 로비 앞 족탕에서 아시노코(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오릭스 부동산의 자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