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여행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도시의 풍경, 자연, 액티비티, 미술관 등등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여행지를 결정하겠지만 저의 경우 음식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와 과일은 제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커다란 원동력이 됩니다. 올해 초, 겨울 휴가로 다녀온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제가 맛본 다양한 파스타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밀라노의 파스타
밀라노의 대표적인 음식은 송아지 정강이 요리인 오소부코(osso buco)이며 보통 샤프란 리조또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여행에서 최대한 다양한 파스타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대표 파스타인 까르보나라(carbonara)와 토르텔리니(tortellini)를 주문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흔한 파스타이지만 원조 까르보나라는 진한 달걀노른자와 짭짤한 관찰레가 잘 어우러진 새로운 맛이었고 토르텔리니 역시 치즈와 고기로 채워진 부드러운 아주 맛있는 파스타였습니다. 파스타의 맛뿐만 아니라 흰 테이블보를 깐 나무 테이블에 정장을 입은 중년의 이탈리아 아저씨가 서빙하는 분위기가 여행지에서의 식사를 더 즐겁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베네치아의 파스타
바다 위의 도시 베네치아는 해산물 요리가 유명합니다. 그중 오징어 먹물 파스타인 Lasagnetta al Nero di Seppia는 오징어 먹물 자체를 소스로 사용하는 파스타인데 오징어 먹물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과 신선한 오징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파스타입니다.
파스타 외에도 또 다른 베네치아의 유명한 음식은 스페인의 타파스와 비슷한 빵 위에 여러 재료를 얹어 먹는 치케티(cicchetti)로 베네치아 공국 시절부터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음식입니다. 보통 바에 서서 음료와 함께 간단하게 즐기는 음식의 형태이며 치케티 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치케테리아(cicchetteria)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다양한 치케티를 맛보기 위해 세 군데의 치케테리아를 방문하였는데 이탈리아 말을 모르는 터라 낯선 식재료의 비주얼만 보고 맛을 상상하여 메뉴를 고르는 것이 두근두근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치케테리아마다 위에 얹는 재료와 스타일이 다르고 분위기도 매우 달라 베네치아를 여행하신다면 여러 군데의 치케테리아에 방문하여 다양한 분위기와 음식을 즐기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피렌체의 파스타
이탈리아에 가면 기념품으로 꼭 사와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트러플 관련 제품들입니다. 이탈리아는 트러플의 주 원산지로 이탈리아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트러플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비싼 트러플을 마음껏 즐겨보자는 생각에 트러플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에 방문하였습니다. 부드러운 생면에 면수, 올리브 오일과 함께 눈앞에서 갈아주는 생 트러플을 곁들인 파스타는 간단해도 원재료가 맛있으면 요리가 맛있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시에나의 파스타
시에나는 토스카나주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중세도시입니다. 이곳은 피치(pici) 파스타가 유명한데 피치면은 굵은 파스타 면으로 우동면과 비슷한 두께의 오동통한 면입니다. 제가 맛본 파스타는 바질 페스토 베이스의 파스타였는데 피치 파스타 면의 식감과 향긋한 바질 페스토가 정말 잘 어우러진 파스타였습니다. 이탈리아에 다시 오게 된다면 피치 파스타를 먹으러 시에나에 오래 머무르고 싶을 만큼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파스타였습니다.
로마의 파스타
로마의 대표적인 파스타는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 후추로 만든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와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아마트리차나(amatriciana)입니다. 카치오 에 페페는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기 때문에 짭짤하고 쿰쿰한 맛이 나는 파스타였고 아마트리차나는 우리가 흔히 먹는 토마토 베이스의 파스타였습니다. 면과 소스, 둘 다 주인공인 토스카나 지역의 파스타와는 달리 로마의 파스타는 짭짤하고 강한 맛의 소스가 주가 되는 느낌의 파스타였습니다.
저의 이번 여행은 이탈리아 다양한 지역의 맛있는 파스타를 마음껏 즐기고 온 여행이었습니다. 덕분에 서울에서 먹는 파스타가 비싸게 느껴지고 말끝마다 ‘이탈리아 파스타가 맛있었는데’를 외치는 이탈리아 병에 걸려버리긴 했지만, 이 여행을 통해 몸과 마음에 충분한 열량이 쌓여 당분간은 든든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가를 가야 하는데 계획을 짜기가 귀찮아지신다면 저처럼 ‘음식’, ‘파스타’ 같이 단순한 테마로 여행 계획을 짜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