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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San Diego 연수기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박주현

저는 2023년 9월부터 1년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저의 PI이었던 Friedman 교수님은 skull base surgery 분야의 권위자로, 임상뿐 아니라 기초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소속된 연구실에서는 주로 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를 기반으로 특정 유전자를 knock-out 시킨 생쥐 모델을 제작하고, 이를 활용해 ototoxicity로부터 청각을 보호할 수 있는 candidate protective agent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실 내부, 방 전체를 가득 채운 mouse cage들과 ABR 장비, 지도교수와 함께)

연구실에서는 Friedman 교수팀이 주도하는 대규모 GWAS 기반의 노화성 청력 손실 및 소음성 난청 관련 프로젝트(CFW 마우스 연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으며, 유전적 감수성과 표현형 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첫 방문 당시, 큰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백 개의 cage들이 모두 한 PI의 실험동물이라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참여한 연구는 시스플라틴 유도 이독성 청력 손실 모델에서 보호 기전을 규명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청각 세포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AMP-activated protein kinase (AMPK) 감마2 서브유닛(Prkag2)의 기능을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시스플라틴을 투여해 내이 유모세포에 손상을 유도한 후, 특정 protective agent를 병용 투여하여 효과를 관찰하는 동물 모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내유모세포에서 AMPK 감마2 서브유닛이 핵 내로 이동하여 활성화됨으로써 이독성에 대한 보호 작용을 유도한다는 가설 아래, Prkag2 결손 마우스 모델과 wild-type 모델 간의 청력 소실 정도 및 조직학적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Friedman 교수님의 임상을 참관할 기회도 종종 있었는데, vestibular schwannoma, glomus tumor, meningioma 등 다양한 두개저 병변에 대한 수술을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수술실 시스템과 팀 기반 진료 문화는 임상 외적으로도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생활면에서는 샌디에이고 북부의 Carmel Valley 지역에서 거주하며 비교적 여유롭고 안정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원자력병원의 최익준 선생님, 전북대병원의 이은정 교수님, 국립의료원의 한규희 선생님과 같은 지역에서 연수 시기가 일부 겹쳐 큰 도움을 받았고, 선생님들 덕분에 저의 샌디에이고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연중 온화하고 치안이 좋아 생활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10분만 이동하면 태평양 바다와 샌디에이고의 주요 명소들을 방문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골프와 테니스를 자주 즐겼는데, 특히 Torrey Pines Golf Course는 제가 가장 자주 찾던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가까운 거리와 샌디에이고 주민에 대한 저렴한 이용 요금 덕분에, 입문자 수준임에도 세계적인 골프장에서 규칙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고, 골프의 매력을 깊이 느낄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멋진 바다를 끼고 있는 토리 파인즈를 걸으며 마주한 태평양의 석양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장 그리운 순간 중 하나입니다. 테니스도 지역 공공 코트를 통해 꾸준히 즐기며 건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샌디에이고 외 지역도 여행했습니다. 미국의 광활한 자연을 품은 국립공원들과 특색 있는 주요 도시들을 방문하며,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습니다. 그랜드 서클을 포함한 여러 국립공원이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처음으로 장비를 갖추고 설산을 등반한 Mt. Rainier 국립공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Yellowstone에서는 대자연의 장엄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광대한 국토와 자연, 자원은 여행 중 내내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야구를 좋아해서 도시 여행 때 MLB 야구장을 방문해 현지 스포츠 문화를 체험한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시카고 Wrigley Field에서 대패하는 컵스를 보며 해탈한 듯 경기를 즐기던 시카고 아저씨들과 동병상련을 느끼며 함께 마시고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연수 중 한국에서 가족, 혹은 지인들이 방문했을 때는 함께 여행을 다니며, 저 역시 새로운 시선으로 미국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Torrey Pines 골프코스, 샌프란시스코 Oracle Park, 샌디에이고 Petco Park 호프먼 동상 앞)

연수의 마지막 한 달은 비교적 긴 여행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알래스카 크루즈를 통해 빙하와 자연을 체험한 후, 남미로 이동해 페루의 마추픽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 등을 방문했습니다.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문화와 환경을 직접 경험하며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교통수단을 바꿔 타며 마침내 도착한 작은 마을에서 마추픽추가 시야에 들어오던 순간과, 이과수 폭포의 압도적인 자연 경관은 지금도 눈앞에 선명합니다.

(Mt. Rainier 국립공원, 키웨스트 바다, 페루 마추픽추, 알래스카 크루즈에서)

돌이켜보면 이번 연수는 단순한 해외 경험을 넘어, 삶과 사고의 깊이를 더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제 시야를 넓혀주었고,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의 교류는 학문적 태도와 사고방식, 삶의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금은 여유롭고, 때로는 도전적이었던 이 1년의 경험은 앞으로의 한국 생활에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니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미국 생활을 이렇게 글로 되짚어보며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 햇살 가득했던 샌디에이고의 풍경, 함께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은 오래도록 제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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