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단체 회식을 자제하고, 국가적으로도 사회적 거리두기 하에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많은 분들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회식이 줄어드니 소주나 맥주 그리고 양주 등의 소비는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와인의 소비는 많아졌다고 합니다. 집에 일찍 들어가서 천천히 즐기기에 와인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일단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와인의 맛, 향을 결정하는 와인의 포도 품종에 대해 간단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대표적인 와인의 포도 품종 7가지 (레드 와인 5가지, 화이트 와인 2가지)에 대해서 그 특징을 설명하고, 마트나 와인 전문점에서 5만원 이내의 가격으로 그 포도 품종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을 소개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이비인후과 회원님들이 처음에는 큰 부담없이 다양한 포도 품종의 와인에 대한 경험하고 이후에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찾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일명 ‘까쇼’라고 불리는 까베르네 쇼비뇽은 알이 작고 씨앗은 크고, 껍질은 두꺼운 포도입니다. 서늘하거나 더운 기후 모두에서 잘 자라며, 여러가지 토질에 적응력이 좋고, 성장력이 강해서 세계 포도 품종의 왕으로 불리우기도 합니다. 고급 레드와인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품종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 품종입니다. 타닌이 풍부해 떫고 무거운 맛이 나기도 하지만, 산도도 상당히 높아서 매력적인 맛을 보여줍니다. 까베르네 쇼비뇽만으로 와인을 만들기 보다는 메를로나 까베르네 프랑 등의 다른 품종과 혼합(블렌딩)해서 다양한 맛의 와인을 만드는 데 기본 품종이 됩니다. 보르도 5대 샤또라고 불리는 샤또 마고 (Chateau Margaux), 샤또 라뚜르 (Chateau Latour), 샤또 무똥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샤또 라피트 로칠드 (Chateau Lafite Rothschild), 샤또 오브리옹 (Chateau Haut Brion) 등은 모두 까베르네 쇼비뇽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보르도 5대 샤또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칠레산 Marques de Casa Concha, Cabernet Sauvignon이나 미국산 Submission, Cabernet Sauvignon을 통해서도 까베르네 쇼비뇽을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림1. 보르도 5대 샤또라 불리는 메독 (Medoc)지방의 1등급 샤또 (샤또 마고, 샤또 라뚜르,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오브리옹 순)
그림2. 칠레산 Marques de Casa Concha, Cabernet Sauvignon, 미국산 Submission, Cabernet Sauvignon
피노누아는 포도알이 마치 솔방울처럼 작고 조밀하게 붙어 있어서 소나무를 가리키는 프랑스어 ‘pin’ 이나 이탈리아어 ‘pino’에서 ‘pinot’을, 그리고 이 포도 품종이 매우 검은빛 (noir)을 띤다고 해서 피노누아라는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재배되는 피노누아는 껍질이 얇아 쉽게 터지고 다루기가 매우 어려운 품종입니다. 타닌 성분이 적지만, 매우 세련된 맛과 향을 지닌 품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색도 짙은 붉은색이 아닌, 부드러운 앵두색을 띠는 매혹적인 색깔을 보입니다. 기후에 대단히 민감해서 작황이 좋은 해에만 최고의 와인을 생산해 낼 수 있서 빈티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귀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는 로마네 꽁띠(Romanee Conti)가 피노누아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로마네 꽁띠를 마시기는 어려우므로, 미국산 Carmel Road Monterey Pinot Noir 나 Au Bon Climat Pinot Noir Santa Barbara County 를 통해서 피노누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3. 프랑스산 Domaine de La Romanée-Conti Romanée-Conti Grand Cru, 미국산 Carmel Road Monterey Pinot Noir, Au Bon Climat Pinot Noir Santa Barbara County
메를로는 달콤하고 과즙이 많은 포도 품종으로서 부드럽고 향이 풍부한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타닌 함량이 낮아서 맛이 그리 무겁지도 않고 산도도 높지 않아서 편안하게 마시기 좋습니다. 까베르네 쇼비뇽과 자주 비교 되는 데 까베르네 쇼비뇽은 당분이 낮고, 타닌이 높고, 알코올 성분은 낮은 특징을 가지는 데 반해 메를로는 당분이 높고, 타닌은 낮고, 알코올 성분은 높은 특징을 보입니다. 까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는 이와 같이 서로 상호 보완해주는 효과로 인해 조화로운 와인을 만들 수 있어서 메를로는 까베르네 쇼비뇽에 블렌딩하는 품종으로 많이 사용되는 데, 메를로를 기본으로 만들면 까베르네 쇼비뇽을 기본으로 한 와인보다 과일향이 더 풍부해집니다. 메를로는 보르도 포믈로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샤또 페트뤼스 포믈로 (Chateau Petrus Pomerol)가 유명한 데 미국산 Decoy Sonoma County Merlot를 통해서 우리는 메를로 와인의 특징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림4. 프랑스산 Chateau Petrus Pomerol, 미국산 Decoy Sonoma County Merlot
시라 품종은 추위에 강하며,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 생명력이 강합니다. 색깔이 매우 진하고, 타닌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숙성에 기간이 오래 걸리고, 산도도 높아서 묵직하고 개성있는 와인을 만드는 품종입니다. 프랑스 론강의 시라가 매우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호주에서 더 많이 사랑받고 있으며 호주산 Penfolds Grange는 시라 품종의 매우 훌륭한 와인입니다. 시라 품종의 와인을 가볍게 즐기기에는 미국산 SLO down Sexual Chocolate, 호주산 Mollydooker The Boxer Shiraz 등이 있습니다.
그림5. 호주산 Penfolds Grange, 미국산 SLO down Sexual Chocolate, 호주산 Mollydooker The Boxer Shiraz
말벡은 원래 보르도 등의 프랑스 남부에서 주로 생산되었으나, 유독 추위에 약한 품종으로 1956년에 있었던 보르도 지역의 대한파 이후에 프랑스에서 많이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1년 내내 큰 변화가 없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재배가 확대되었습니다. 까베르네 쇼비뇽과 비슷한 강한 타닌을 함유하고 있어 다른 품종과의 블렌딩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고, 신대륙에서 생산되는 저렴하지만 완성도가 높은 가성비 와인의 품종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말벡을 기반으로 까베르네 프랑과 블렌딩한 아르헨티나의 트라피체 이쓰까이 말벡 (Trapiche Iscay Malbec - Cabernet Franc) 과 역시 아르헨티나산의 Kaiken Ultra Malbec이나 Trapiche Broquel Malbec 으로도 말벡 품종의 와인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림6. 아르헨티나산 Trapiche Iscay Malbec - Cabernet Franc, Kaiken Ultra Malbec, Trapiche Broquel Malbec
샤르도네는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청포도의 대표적인 품종입니다. 특히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샴페인을 만들 때 피노누아 등과 함께 블렌딩을 위해서 많이 사용됩니다. 샤르도네는 레드 와인의 까베르네 쇼비뇽 처럼 토양에 적응력이 좋고, 성장력이 강합니다. 과일향이 매우 풍부하고, 산도는 중간 정도면서 달콤한 맛이 나는 품종으로 상큼하면서도 향이 가득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프랑스의 추운 지역인 샤블리 등에서 자란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은 풋사과, 레몬 등의 향이 나며, 높은 산도의 따뜻한 지역에서 자란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은 파인애플, 망고 같은 열대 과일 및 복숭아 등의 향이 납니다. 예전에는 샤르도네에서 오크 풍미가 강한 와인을 주로 만들었는 데, 현재는 오크 향 보다는 과일 향이 풍부해지도록 하는 와인이 더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부르고뉴의 몽라쉐에서 만들어진 Domaine Leflaive Chevalier-Montrachet Grand Cru 와 같은 Montrachet Grand Cru 등급의 와인을 맛보면 좋겠지만, 샤르도네 와인을 가볍게 경험하는 것은 오크향이 거의 나지 않는 프랑스산 루이자도 샤블리 (Louis Jadot Chablis)와 오크향이 매우 많이 나는 미국산 롱반 샤르도네 (Long Barn chardonnay) 각각 마셔보는 것도 샤르도네 품종의 와인을 알아가는 데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7. 프랑스산 Domaine Leflaive Chevalier-Montrachet Grand Cru, 프랑스산 Louis Jadot Chablis, 미국산 Long Barn chardonnay
쇼비뇽 블랑은 보르도 지역에서 처음으로 재배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향긋한 과일 향이 풍부하고 특히 산도가 매우 높아서 드라이 한 맛에 톡 쏘는 듯한 와인을 만드는 품종입니다. 포도가 일찍 무르익기 때문에 강한 산성을 나타내고, 약간은 설익은 하지만 신선한 과일향이 강합니다. 일반적으로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아서 순수한 과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쇼비뇽 블랑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은 프랑스의 보르도가 아닌 뉴질랜드의 말버러입니다. 말버러 지역의 토양이 쇼비뇽 블랑의 재배에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말버러에서 재배한 쇼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뉴질랜드 산의 Cloudy Bay Sauvignon blanc 이나 Oyster Bay Sauvignon Blanc 등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게 쇼비뇽 블랑 품종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림8. 뉴질랜드산 Cloudy Bay Sauvignon blanc, Oyster Bay Sauvignon Blanc
와인을 만든 포도 품종을 알면 좀 더 와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주변의 마트나 와인 전문점에서 부담스럽지는 않은 가격의 좋은 와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와인을 만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