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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한판 어떠세요? 세종 소리숨이비인후과 이대웅

이대웅

검도는 일본의 무도(武道)로 알려져 있다. 반면, 대한검도회 홈페이지를 보면 검도는 일본보다 먼저 대한민국에서 태동하였고, 후대에 일본으로 전파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원조는 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산돈까스 원조 가게를 찾는 것만큼의 중요도이다. 하지만 원조 논란은 이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검도라는 스포츠가 땀 내고, 살 빼고, 정신 수양하기 좋은 스포츠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검도 인구는 대한검도회에서 발표한 2022년 12월 통계에 따르면 남성 27만여 명, 여성 10만여 명으로 총 37만 명 수준이다. 그렇게 많은 것도 또 적은 것도 아닌 숫자다. 낚시 인구는 700만~1,000만에 육박하고 있으니, 그에 비하면 조금은 특이한 취미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흔하디 흔한 취미가 아니라고 하니 왠지 끌리지 않으신가? 검도에 대해서 필자가 아는 선에서 그 매력을 소개하고 이 마력의 스포츠에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여 볼까 한다.

우선 점수는 한판이라고 한다. 검도 시합을 함에 있어 한판은 격자 부위 즉,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신체 부위를 타격했을 때 주어진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머리(영상 1), 손목(영상 2), 허리(영상 3), 찌름이 대표적이다. 손목은 좌우 손목, 머리는 정수리를 타격하거나 좌우 머리를 타격하면 한판이 된다. 허리도 좌우 허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찌름은 목 찌름을 한판으로 인정한다. 단 상대방이 상단이나 이도(二刀)인 경우 가슴 찌름도 한판이다. 일대일 대련의 경우 2점(한판 두 번)을 먼저 득점하면 승리하게 된다. 이렇게 간단한 룰이라고 하면 팔이 길고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실제 대한민국의 SBS 검도왕 대회나 일본의 전일본 검도 대회 우승자의 면면을 보면 체격이 크지 않은 선수들도 많았다. 이는 주먹이나 다리 등의 신체 접촉이 아닌 죽도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작은 체구의 선수가 큰 체구의 선수를 스피드와 동체시력, 경기 운용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격자 부위에 죽도가 닿았다고 해서 한판을 주지 않는다.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 즉 공격 시 기세, 기합, 자세의 올바름, 죽도의 정확한 타격, 그리고 타격 이후에 잔심(殘心)을 유지해야 한판으로 인정된다. 설명한 바와 같이 한판을 판정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주관적인 의견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그러다 보니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은 큰 대회에서 심판들이 종주국 일본의 눈치를 본다는 대한민국 검도인들(만)의 비난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역시도 국가대표 수준의 경기에서 벌어질 만한 논란이지 사회인 검도에서 활동하는 일반 생활체육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영상1. 머리

영상2. 손목

영상3. 허리

의과대학 검도대회가 있다.

검도대회는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대한검도회 홈페이지에서 대회 정보 및 결과(https://www.kumdo.org/bbs/board.php?bo_table=schedule_guide&sca=대회)를 보면 2024년도에 2024 전국 검도왕 대회와 대한검도회장기 전국 대학 검도대회 등 전국적으로 30개 이상의 전국 대회가 개최되었다. 추가적으로 각 지역에서 시장기나 검도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기념하는 생활체육 검도대회가 여럿 개최되고 있다.

참고로 2024년 21회를 맞이하는 전국 의과대학 검도대회도 매년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아쉽게 2025년 22회 대회는 현재 의료 농단 사태로 인해 휴학 중인 의과대학 학생들의 참여가 불가하여 취소되었다. 개인적으로 인생 초반의 화양연화였던, 2006년 제5회 전국 의사의〮대생 검도대회 개인전 준우승으로 받은 트로피를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다. (사진 1)

사진 1

검도 경기 규칙은 어렵지 않다. 검도 경기장은 9m 또는 11m의 정사각형이고,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구분된다. 검도 시합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개인전 보다 단체전 5대5경기라고 할 수 있다. 각각 5명의 선수는 선봉, 차봉(2위), 중견, 부장, 주장으로 나뉜다. 선수는 도복과 호구(사진 2. 갑상, 갑, 호면, 호완)를 착용하고 죽도를 들고 시합에 임한다.

사진 2

5대 5경기를 할 때 선봉과 부장 주장이 중요한데, 선봉이 승리하면 이후 4명의 선수는 비기는 전술을 가져갈 수도 있다. 5경기 승패가 같다면(예를 들어 1승 1패 3무승부), 주장전을 치르게 된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나 당일 컨디션이 좋은 대표 선수가 5번의 대련 이후 한게임을 더 하게 된다. Sudden death match라고 볼 수 있다.

각 경기마다 선수는 경기장에 입장해서 두 걸음 후에 서로 목례한다. 이때도 바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응시할 수 있을 정도만 고개를 숙인다. 바닥을 보지 않는 이유는, 이때부터 시합은 시작되는 것이니 기세에서 눌리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후 세 걸음 더 들어가서 죽도를 서로 겨눈 상태에서 심판의 ‘시작’ 신호와 함께 경기를 시작한다. 일본 경기를 보면 세 걸음 들어간 후 준거(蹲踞, 쪼그려 앉기)라는 과정을 더 한 후에 서서 죽도를 맞추는데 이는 대한민국 시합에서는 생략된다. (물론 대한검도회의 일본색 빼기를 위한 조치이나, 지금 시대에 굳이 금지할 필요까지 있을까 의문이다.)

이후 2점을 획득하면 이기는 시합이 진행되는데, 3분 경기로 진행된다. 3분 동안 서로의 빈틈을 만들어 내고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한판(1점)을 얻게 된다. 필자가 2001년 처음 시작할 때 관장님께 배운 바로는 3분의 짧은 시간만 경기하는 이유는 3분을 초과하면, 서로에게 배움을 주고 가르침을 받는 것을 넘어 이겨 먹으려는 감정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맞는 말인 게 아무리 실력에서 뒤쳐지더라도 계속 맞기만 하면 무도가 아닌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게 1대1 시합의 본질이다.

검도의 자세는 중단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내의 검도에 대한 인기를 반영한 만화책도 많다. 한글로 번역된 만화책도 있는데 ‘열혈검객 무사시’, ‘패자부활전’은 정말 재밌게 읽었던 만화책이다. 역시 만화책이다 보니 일반도장에서 잘 가르쳐 주지 않는 검도 기술이나 겨눔세를 볼 수 있다. 이중 겨눔세라 함은 죽도의 위치에 따른 중립 자세를 말한다. 가장 일반적인 겨눔세로는 중단세(사진 3), 상단세(사진 4), 하단세, 팔상세, 협세가 있는데, 추가로 한 손에는 대도, 다른 손에는 소도를 든 이도류(사진 5)도 있다. 스포츠화된 현대 검도는 본질인 파괴력과는 무관하게 한판을 얻기 위한 시합이기 때문에 중단세가 유리하다. 하지만 가끔 보는 상단세의 선수나 이도류의 선수는 괜한 멋짐이 느껴진다. 각 겨눔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느 상황에서도 수비와 공격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자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자세만으로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검도인이 진정한 고수라고 할 수 있다. 1대1 대련 시합을 해보면, 죽도를 겨누는 순간 상대방의 키나 덩치와는 상관없이 주눅이 드는 상대가 있다. 이 시합은 해보나 마나 패배는 결정되어 있다. 그만큼 오랜 수련을 통한 겨눔세의 완성도는 검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사진 3. 중단세

사진 4. 상단세

사진 5. 이도류

검도의 시작은 동네 도장을 찾는 것부터 1.3.6.12.만 기억하자. 필자는 검도 수련을 2001년부터 시작해서 2006년 의과대학 검도대회를 정점으로 이후 계속해서 퇴보하고 있다. 핑계를 대자면 이후 인턴과 전공의 생활을 시작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살이 찌고, 나이가 들고… 한도 끝도 없이 핑계를 대볼 수 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이 있기에 퇴보하면서도 계속하게 되는 것은 중독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검도 시합 중에 좌측 Achilles tendon total rupture로 재건술(사진 6)을 받고,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복귀했으니 말 다했다.

사진 6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전제로 검도를 시작할 때 1.3.6.12.만 기억해 보자. 필자는 2001년 시작해서 1개월 동안 기본동작을 익히고 호구를 착용했다. 호면을 얼굴에 쓰고 호흡해야 하는 답답함과 장비의 무게는 당장이라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버텨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 호구를 쓰고 3개월 수련을 하면, 드디어 대련할 수 있다. 물론 대련다운 대련을 말하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상대방이 머리나 손목, 허리를 내준다. 한마디로 때리라고 대준다. 6개월이 되면, 드디어 내가 타격할 상대방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가 1.3.6.12. 중에 가장 짜릿했던 것 같다. 물론 상대방의 격자 부위에 내 죽도가 닿기 전에 상대방의 죽도가 나의 빈틈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이미 한판으로 졌다! 12개월 동안 수련을 하면, 나보다 못하는 수련생도 있고 나보다 잘하는 관원들도 가끔은 한 대씩 때려 볼 수도 있다. 즉 이겨본다! 평생 쫄보였던 적은 없지만, 청소년기 싸움 한번 제대로 못 해본 필자는 이게 너무너무 짜릿했고 지금도 짜릿하다.

모교인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검도부 활동 시기에 새로운 동아리 후배가 들어오면 술 먹이기 전에 꼭 했던 말이 있다. “제발 1년만 해봐라. 그럼, 평생 검도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이 말은 유효하다.

골프에 지치셨다면, 지켜야 할 여자들(부인 딸 등등)이 많다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때 싸움 한번 못 해본 게 한이라면…검도 한판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요?

소리숨이비인후과의원 세종특별자치시 나성로 96. 421호

  • 전남대학교의과대학 학사 석사
  • 전남대학교병원 레지던트
  •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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