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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June 2023 W-ENTian June 2023

임상 강사, 그 선택의 무게와 자세에 대하여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임상 강사 박동현

겉으로는 전문의, 진료 교수라는 직함 아래 화려해 보이지만 이제 막 전공의라는 명찰을 때고 이비인후과 의국의 한 구성원이 된 임상강사들은, 교수님과 전공의들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상태로 고군분투하면서 일합니다. 특히 군의관을 막 제대하고 돌아온 경우, 3년이란 긴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 새로운 병원 시스템에 대한 적응도 쉽지 않다 보니 전문의라는 직함이 무거운 짐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제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고민해보면서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물론 전국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선생님들을 전부 대변하지는 못하며 흔히 요즘 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이겠지만 임상 강사를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많은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이비인후과에 처음으로 입국하고 시작한 1년차 전공의 시절을 회상해보면 그 때 당시 계셨던 두경부 파트 임상 강사 선생님의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했습니다.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외래, 수술, 연구 미팅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저녁 늦게 또는 새벽까지 수술 아니면 회식, 그리고 매주 주말마다 반복되는 학회 참석까지, 요즘 같이 QOL 을 중요시 여기는 시대적 관점으로는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했습니다. 저도 나름 험난한 인턴 수련 과정을 거쳐온 상황이었지만 그런 제가 보기에도 정말 힘들어 보였고, 군 문제도 해결했던 분으로 전공의 시절이 끝나자마자 휴식을 가질 시간도 없이 바로 이 생활을 이어서 하다 보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교수님들께서 지시하신 사항은 뭐든지 잘 해결하시고 나아가 전공의의 힘든 부분들까지 찾아서 보듬어 주고 따뜻하게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기도 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겉으로는 힘들어보이지만 그 내면에 깔려있는 여유와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 당시 제가 보기에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전공의 시절을 거치면서 익숙해져 있을 병원 시스템과 여러 문제 상황의 해결책들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걸어가는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그런 여유로움이 은연 중에 보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이와 같은 발자취를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며 임상강사라는 선택에 대해 조금씩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문의 선생님들이 임상 강사를 시작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개의 분과 중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이에 대한 전문성을 더 함양할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관련 연구들에 참여하면서 임상적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특정 문제에 대한 실험적 설계, 그리고 새로운 사실에 대한 검증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본인의 환자들을 직접 임상적으로 진료하면서 치료 및 수술 등의 여러 방면의 종합적인 개인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꾸준하게 정진하여 추후 교수라는 직업적 스탭업을 위해 이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관련 분야의 다른 교수님, 전문의 선생님들과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이 개인의 발전적 열정, 순수한 학문적 흥미, 명예적 위치 획득 등이 선택의 큰 부분을 차지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전공의 시절을 거치면서 교수님들께서 항상 조언해 주셨던 이 길을 선택하게 되는 가장 큰 동기는 의료를 통한 지역 사회에 대한 헌신 그리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사명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1년차 시절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시면 일하느라 바쁘고 바탕이 되는 배움도 짧다 보니 마음에 확 와 닿지는 않았었지만 세월이 조금씩 흐르고 성장해가면서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자세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결국 삶을 지지하고 최종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에너지를 부여하는 궁극적 가치가 이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조금씩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전문의가 되고 임상 강사를 시작하여 본인 환자를 직접 진료하면서 하나씩 몸소 경험해보게 됩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본인에게 찾아온 환자들을 정성껏 보면서 큰 질환이 아니더라도 외래 또는 수술을 통해 치료되어가는 과정을 볼 때마다, 그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그리고 저를 믿고 함께 걸어가는 것에 대한 사명감이 전공의 때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또한 반대로 낫지 않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스승이신 교수님들과 토론하여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며 조금씩 변화시켜준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교수님들의 외래 및 병동 환자분들을 관리하면서 이비인후과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바탕을 배웠다고 하면, 임상 강사를 하면서는 본인의 환자를 외래에서 만나 입원시키고 수술하며 이후 지속적으로 경과관찰하는 과정에서 환자 치료의 길을 통합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물론 20-30년전에는 전공의 때도 이와 같은 과정을 경험할 기회가 많았으나 요즘 같이 주의가 필요한 시기에는 일반 외래를 통해 환자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지속적인 경과 관찰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지식의 습득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의 경우 임상 강사를 하지 않고 바로 외부로 나가게 됐을 때 상급 종합 병원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각의 다각화 과정의 부재로 인해 진료 과정 중 특정 순간에 어려움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분야 또한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련기간 동안에도 교수님들의 연구를 일부 맡아 진행하긴 하지만 본인의 궁금함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즉 이를 설계하고 결과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데 임상 강사를 통해 이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실험을 설계, 진행해보면서 중요한 연구자적 자세를 함양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아가 사고의 확장을 이룰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고민에 놓이게 하는 한계들도 분명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가장 큰 부분은 고용의 불안정성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표에 대한 성취가 확실한 경우 이에 대한 추진력을 쉽게 얻을 수 있지만 현재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비정규 계약직의 형태로 이를 버티다 보니 항상 불안정한 위치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세월의 흐름에 따른 사회적 위치의 변화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의과대학, 인턴, 전공의, 그리고 남자의 경우는 군대까지, 순탄하게 수련을 진행한 경우에도 10-15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가게 되고 어느새 본인의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가장 및 부모의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허나 임상 강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불완전하며 금전적으로도 불안하여 한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여러 유혹에 고민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이와 같은 여러 문제들을 전국에 있는 의료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심도 있게 고민하면서 현재 제도적 개선을 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고용 부분에 대해서는 허들을 낮추고 있으며 여러 중간 과정을 만들면서 금전적 보완 또한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현재 전공의 선생님들이 선택을 고민할 때쯤에는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긴 인생에서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여러 선택의 발걸음이 모여 현재의 본인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갈림길 앞에서 우리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데, 항상 걷지 못했던 반대쪽 길에 대한 후회가 남게 됩니다. 즉 어느 길을 가더라도 상대적 후회가 있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이후에도 걸을 수 있는 길을 미리 선택하기보다 우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먼저 선택하여 경험해보고 이후에 최종적 판단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이비인후과 의사의 길을 시작해 열심히 걸어가고 있을 전국의 모든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한번쯤은 선택과 자세에 대해 스스로 깊게 고민해보고 교수라는 한 명의 주도적인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명예로운 길을 걸어가면서 그 분야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즐거움과 지역 사회에 대한 사명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이 길을 고민해본다면 그것들이 바탕이 되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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